WTO 도하라운드 좌초 위기

농산물 수입국-수출국간 입장차 못좁혀
EU "농산물시장 추가개방 않을것" 강경
내달 열릴 홍콩 각료회담도 짙은 먹구름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협상이 주요국들의 의견 차이로 인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ㆍ브라질ㆍ일본ㆍ인도 대표들이 7일(현지시간) 런던에서 모임을 가진 데 이어 8ㆍ9일에는 40여개국 통상장관들이 제네바에서 협상에 나설 예정이지만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하라운드 기본 청사진 마련을 목표로 다음달 13~18일 홍콩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담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피터 만델슨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런던 회담에 앞서 “유럽 농산물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라는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델슨 위원은 또 “EU의 농산물 관세 삭감안은 도하라운드 협상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면서 “협상의 초점은 공산품 및 서비스 부문 관세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FT는 EU의 이 같은 강경입장이 미국이나 농산물 수출국들을 크게 실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도 이날 도하라운드 협상이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이는 EU를 비롯해 주요국들이 좀처럼 양보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AWSJ에 따르면 일본ㆍ스위스 등 농산물수입국그룹(G10)은 농업 관세 인하에 소극적인 반면 공산품 관세는 큰 폭으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개발도상국그룹(G20)을 이끄는 브라질은 공산품 관세 인하에 반대하는 한편 EU에 농업보조금 및 관세 추가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같은 G20 일원인 인도는 서비스 시장 개방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또 아프리카와 태평양 국가들은 미국과 EU에 농업보조금 삭감을 요구하고 있지만 자국 무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미국의 경우 농산물 관세 인하와 관련, 가장 전향적인 제안을 내놓았지만 면화 보조금에 대해 서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관세를 상당 부문 삭감한다는 이번 협상의 당초 목표가 후퇴할 경우 서비스시장 개방이나 공산품 관세인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현재의 복잡하고 시간을 오래 끄는 협상 방식이 효과적인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홍콩 회의에서 무역시장 개방이라는 단순 원칙에만 합의를 보거나 주요 이슈들에 대한 합의를 내년 봄으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카말 나스 인도 통상장관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은 없고 현안들은 산재해 있어 홍콩 회의에서 당초 계획대로 완성된 청사진을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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