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돈벌이에 혈안된 기업들 아이들을 물질의 노예로

■ 컨슈머 키드 (에드 메이오ㆍ애그니스 네언 지음, 책보세 펴냄)



출산율이 급격히 줄면서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있다. 바로 '금지옥엽' 같은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유별난 사랑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아이들을 위한 키즈(Kids) 산업은 나날이 급성장하고 있다. 소비자 운동가이자 저술가인 저자들은 돈 벌이에 혈안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이 소비지상주의에 물든 아동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또 기업들이 무차별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아이들을 물질의 노예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우선 미디어가 그 첨병 역할을 한다. 요즘 아이들은 오디오ㆍ텔레비전ㆍ휴대폰ㆍ컴퓨터ㆍ게임기 등 미디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것.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기계 속에 파묻혀 지낸다는 이야기다. 물론 기업들은 미디어를 통해 아이들을 세뇌시켜 물건을 내다팔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연구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광고를 믿는 경우가 28%에 불과하지만 또래 집단이 추천할 경우 68%나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업들이 이런 사실을 간과할 리 없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친구 맺기' 사이트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영국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비보'를 놓고 사람들은 '14세용 헤로인'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친구의 입 소문을 빌려 저질 상품을 아이들에게 강매하고 있다는 주장은 도발적으로 들리지만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다. 패션 기업들의 키즈 마케팅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유모차, 티파니의 순은 딸랑이, 구찌의 아기 옷, 베이비 디오르의 부츠와 털 슬리퍼 등은 명품 아기를 양산하고 있다. 게다가 '어린이용 향수'라는 웃지 못할 신상품을 내놓고 미래의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질 식품을 건강 식품으로 둔갑 시키는 '악덕기업들'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식품업체인 캘로그는 만화 주인공을 내세워 활기찬 라이프 스타일을 광고하면서 설탕 범벅인 시리얼 코코팝스를 균형 잡힌 식사로 둔갑시켰다. 아이들의 건강을 볼모로 기업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은 가볍게 넘길 수 없어 보인다. 저자는 '어린이 마케팅 선언'을 통해 기업들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요구한다. 첫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솔직하게 밝힐 것, 둘째 아이를 존중하고 진지하게 대할 것, 끝으로 아동들에게 안 좋은 상품을 광고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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