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위, 두산 개혁 가능할까

비상경영위 본격 가동 시일 걸릴 듯

박용성 회장의 전격 사임으로 긴급 구성된 두산그룹 비상경영위원회가 경영 투명성 제고와 선진 지배구조 구축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지배구조의 핵심인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형제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던 두산그룹은 박용곤 명예회장과 박용성 전회장, 박용만 전 부회장 등 오너 3세들이 `형제의 난'을 통해 치명타를 맞으며 경영 일선에물러난 상태다. 하지만 박정원(박용곤 장남)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박용곤 2남), 박진원(박용성 장남)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 4세들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과 두산산업개발의 지분을 고루 보유해 새로 발족한 비상경영위가 충분한 역할을 발휘하는데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비상경영위 본격 활동 시점 = 두산그룹측은 4일 박용성 회장이 용퇴하자 곧바로 유병택 ㈜두산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를 꾸려 `클린 두산'을 향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물러난다고 해도 순환출자를 통한 박씨일가의 지배체제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업계 일부에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병택 부회장 등 계열사 사장 16명 정도로 꾸려진 비상경영위는 내주로예정된 박용성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가 나올 때까지는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일단 박용성 회장 등에 대한 검찰 발표가 남아있기 때문에비상경영위가 섣부르게 그룹 정상화 방안 등을 발표하기 힘들고 일단 관망하는 쪽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용성 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불구속.구속 기소 여부를 떠나 검찰발표까지 무작정 기다릴 경우 비상경영위가 `허수아비 조직'에 불과하다는 비난을받을 수도 있다. 두산그룹측은 "검찰 발표가 나면 이후 공판 등의 일정이 잡혀있어 계속 총수 일가에 대한 문제가 나오겠지만 비상경영위 또한 이에 대해 뭔가 대비책을 조기에 검토해야한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비상경영위 인적 구성 = 일단 두산측의 발표에 따르면 비상경영위는 사장단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최소 16개 계열사 사장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룹 부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계열사인 ㈜두산 부회장과 두산 인프라코어 부회장직을 보유하고 있는 박용만씨의 경우 비상경영위 참여가 불가능하고두산 4세들도 비슷한 처지다. 두산측은 "비상경영위 구성 인원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일단 각사 최고경영자인 사장만 해당되기 때문에 박용만씨는 계열사 부회장이지만 비상경영위 멤버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두산측은 "비상경영위는 말 그대로 임시 조직이다. 하지만 그룹의 방향을 정하고, 총수는 누가 되고, 지배구조는 어떻게 되는지를 제시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회장과 박 부회장의 불미스런 사임으로 박용곤 명예회장측의 입지가강화되면서 박 명예회장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 순환출자 보완책 마련 가능성 = 박용성 회장이 퇴임하면서 비상경영위에 남긴 마지막 당부가 선진 지배구조를 마련해달라는 것이었다. 두산은 그동안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에 비상경영위가 가동해도 당장에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안을 내놓기보다는 사외이사 강화 및 오너의권한 축소 등 간접적인 보완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LG는 지주회사제를 통해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선진 지배구조를 만들었고 SK 또한 소버린의 공격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외이사 강화를 통한지배구조 조정에 착수했지만 두산은 그룹 환경이 이들과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두산 관계자는 "비상경영위가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순환출자에 대한 문제를놓고 고심할 것이지만 지주회사제를 선언한다고 해도 몇년이 걸리고 비용도 엄청나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현재로서는 두산 지배구조에 대한 해답이 없다. 다만 사외이사제를 강화하거나 오너가 그룹 전체를 지휘하기 보다 대주주 역할만 하는 정도가가장 현실성 있는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