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CEO 연봉공개에 대한 반론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의 연봉은 4,000억원대다. 천문학적인 규모인데 미국에서 그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돈의 규모는 그리 큰 관심사가 아니다. 연봉에 걸맞게 회사를 잘 경영하고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총수 등 CEO의 연봉을 공개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이사와 감사다. 9일 관련 법안이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 오너들과 주요 기업 CEO의 연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현재의 우리 정서라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재계 안팎의 걱정이 많다. 해당 총수ㆍCEO 등의 회사 기여도보다 '고위 임원들이 수십억원ㆍ수백억원의 돈을 가져가고 있다' 등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난은 연봉 공개대상이 되는 중견ㆍ중소 기업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재계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봉 공개를 피하기 위해 총수들이 등기임원에서 이탈하는 사례가 늘 가능성이 크다.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오너의 속살이 드러나는 것을 기피해 기업공개를 늦추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한 편법 등이 쏟아지면서 사회 정서나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크고 작은 부작용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이런 것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소모적인 논쟁과 반기업 정서만 더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경영의 투명성 차원에서 오너 연봉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지만 그들의 오너 연봉 공개는 세원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경영의 투명성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기업 총수와 CEO의 연봉을 공개하는 것이 사회 전반에 유익하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계층 간의 반목만 커지고 기업의 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게 된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편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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