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32가 놓인 시점에서 창하오는 남은 시간의 전부를 쓰고 초읽기에 몰렸다. 검토실에서는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 창하오가 곧 던지리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아직 상변의 흑이 완전히 잡힌 것은 아니었다. 흑1 이하로 움직이면 흑11까지 패를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 패를 억지로 강행해 보아도 승부를 뒤집지는 못한다. 창하오는 흑33을 붙여 마지막 흔들기를 시도했다. "일단 이런 식으로 변화를 구한 것은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군요."(윤현석) 백의 응수가 의외로 까다롭다. 만약 백이 참고도2의 백1로 받는다면 흑2로 막혀 귀의 사활이 아리송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이미 가장 확실한 해법을 읽고 있었다. 백34로 끊은 것이 바로 그 해법이었다. 창하오는 흑41로 빵때림을 얻어냈지만 백에게 42를 허용하는 순간 더이상 변화의 여지가 사라졌다. 백46을 보자 창하오는 돌을 던졌다. "비교적 단명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세돌의 전투력이 창하오를 압도한 바둑이었습니다."(김만수) "싸움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던 창하오의 작전에 다소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원래 창하오는 싸움바둑이 아니잖아."(필자) "그렇긴 하지만 창하오의 작전을 탓할 수는 없어요. 제1국에서 힘으로 밀렸다고 생각한 창하오가 제2국에서 꺼낸 카드가 바로 싸움바둑이었다는 사실이 멋지지 않습니까. 창하오는 정면 승부를 선택한 겁니다. 그리고 장렬하게 전사한 것이지요."(윤현석) 바로 이러한 당당함이 창하오의 매력이다. 지난 날 조훈현과 이창호에게 번번히 얻어터지면서도 그는 불굴의 투지로 맞서 왔다. 그 당당함이 그를 계속 성장시켰고 그를 세계챔피언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그러나 과연 창하오가 이세돌까지 극복할 수 있을까. "극복은 힘들 겁니다. 창하오가 7년이나 연상이니까요."(윤현석) 146수끝 백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