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대책등 정책 대부분 전임총리 연장선 외환시장외 뚜렷한 성과 없어 '그만의 색깔'로 리더십 발휘를
입력 2005.09.13 17:01:35수정
2005.09.13 17:01:35
“부총리가 물러나면 기억에 남는 정책은 무엇일까요.”(기자)
“글쎄요. 8ㆍ31대책이 아닐까요.”(정부 고위당국자)
“하지만 그건 부총리만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습니까.”(기자)
“…”(당국자)
15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사석에서 마주한 고위관료의 발언에서는 부총리를 두둔하면서도 씁쓸한 기운이 잔뜩 묻어났다. 1시간을 넘긴 대화에서 그는 “지금 부총리가 제시할 새 어젠다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수 차례나 던졌다.
취임 직후 한 고위인사는 “한 부총리는 손해 보는 장사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임 이헌재 부총리가 워낙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데 따른 ‘역(逆)후광 효과’라고나 할까. 그의 합리적인 리더십이 도리어 ‘물 부총리’로 격하되는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그러나 “한편으로 행운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전임 부총리 재임 끝자락에 경제지표가 조금씩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표현은 기묘할 정도로 잘 들어맞았다. 부총리는 경제성적표만 보면 연착륙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산업생산 등 실물지표가 호전기미를 보이고 무엇보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점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덕분에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 올리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에 부족한 점이 적지않다. 취임 이후 그가 실행한 정책은 가짓수가 많다. 자영업대책과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등….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실상 전임 부총리 시절에 시작됐던 일이 대부분이다. 좀 더 가혹하게 평가하면 부총리 스스로 단행한 정책은 외환시장의 빗장을 푼 것이 고작이다. 같은 줄기에서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청와대와 총리실ㆍ여당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런 흐름은 역으로 부총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준다. 한 원로교수는 “이제 ‘한덕수만의’ 색깔을 보여줄 때가 됐고 그것은 부동산을 대체하는 새로운 어젠다를 설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고언을 했다.
이런 점에서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테마를 각론 측면에서 접근해 이슈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트레이드 마크인 ‘Mr 개방’에 걸맞게 스크린쿼터 등 해묵은 대외 부문의 과제를 의제로 설정,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게 리더십을 복원하는 길이라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