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할 수 있다는 믿음, 열매 맺었죠"

■ 女행원서 34년 만에 지점장 승진 이한희씨
외환은행 구미지점서만 21년 근무

이한희

행원으로 시작해 34년 만에 발탁, 승진돼 지점장 자리에 오른 이한희(54∙사진)씨가 외환은행 대구 구미지점에 입행한 것은 구미여상을 졸업한 해인 지난 1979년이다. 당시 여(女)행원은 지역근무가 원칙이어서 이 지점장은 이후 구미지점에서만 21년간을 일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여행원들은 결혼을 하면 은행을 그만두거나 현재 직장 다니는 수준에 만족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여성도 승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과장시험에도 도전했다. 이 지점장은 "어린 나이였지만 열심히 하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관도 있었다. 승진시험 과목 중의 하나인 영어가 상고를 나온 그에게는 벽이었다. 그는 "학원을 다니며 공부해 7전8기 끝에 2000년 시험에 합격했다"고 고백했다.

과장이 된 뒤 그의 영업능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일했던 대구 만촌역 지점에서 낸 성과가 대표적 사례다. 이 지점은 외환은행 자체 평가에서 가장 어려운 점포로 분류돼 있었고 성과도 나빴다. 그러나 이 지점장이 외국환과 예금 업무를 맡은 차장으로 일하면서 만촌역 지점은 반기 기준으로 5등으로 뛰어오른 뒤 2반기 연속 1등을 하게 됐다.

이 지점장은 "당시 젊은층으로 고객 기반을 넓힌 게 효과를 봤다"면서 "특히 환전과 같이 일회성으로 찾아온 고객에게 카드와 통장을 개설하게 해 장기 고객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어려운 고객이 오더라도 예전부터 아는 사람처럼 편안하게 대하면 금방 친해진다"고 친화력의 비결을 소개했다.

이 같은 그의 열정과 노력은 지점장 승진으로까지 이어졌다. 차장 승진 3년 6개월 만에 지점장으로 발탁 인사됐다. 외환은행 내 최소 직급경력이었다. 차장이 되고서 대개 6~8년이 지나야 지점장이 되는 관례에 비췄을 때 이례적이다. 이 지점장은 "쉰이 넘었지만 지점장으로 퇴직하겠다는 희망을 버린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그런 믿음이 열매를 맺게 됐다"면서 "다른 행원들에게 '언니처럼 저렇게 하면 된다'는 희망을 줄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한편 이 지점장과 같이 직급경력이 부족하지만 조직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온 직원 4명을 발탁, 승진했다. 가장 많은 직원 추천을 받은 김병영 통영지점장, 뒤늦게 입행했지만 뛰어난 영업성과를 보인 서재원 신갈지점장, 본행 최연소로 지점장에 오른 정진근 인턴지점장 등이 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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