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유다역 이어 예수역 맡은 최재림

유다 연기경험 바탕으로 지저스 역할 영감 얻어
색다른 캐릭터 보여줄게요
'유다 같은 지저스' 되지 않으려고 '선배 예수'들 매력 많이 참고하죠


두 달 가까이 예수를 배반한 유다로 살았다. 이젠 그 유다에게 배반당한 예수가 되어야 한다. 예수의 마지막 7일을 그린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지크수)에서 유다에 이어 지저스로의 변신을 앞둔 배우 최재림(사진)을 만났다.

"굉장히 즐겁고 굉장히 힘들죠(웃음)." 한 시즌에 투톱 배역을 모두 연기하는 특별한 경험은 고난에 가깝다. 감정연기에 고음과 샤우팅이 반복되는 록음악까지. '2~3개 배역과 맞먹는 캐릭터' 소리를 듣는 게 바로 지크수의 유다와 지저스다. 최재림도 "(지크수는) 또 하라고 하면 당연히 하겠지만, 조금의 고민도 없이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고된 작품. 여기서 두 배역을 모두 소화하는 소감으로 '즐겁지만 힘들다'는 말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최재림은 이달 29일까지만 공연하는 마이클 리의 바통을 이어받아 9월 5일부터 총 3회 지저스로 무대에 오른다. 오디션 당시 지저스와 유다 배역을 모두 준비해 왔던 그를 눈여겨본 연출가가 이번 특별 공연을 제안했다.

무대에서 지저스를 향해 품었던 유다의 감정은 캐릭터를 잡아가는 데 있어 최고의 재료다. "유다를 연기할 땐 지저스가 그저 답답한 인물일 뿐이었죠. 모든 걸 이룰 수 있는 사람인데 확실하지 않은 목표를 위해 목숨을 바치다니요. 제가 그를 향해 가졌던 생각은 물론 그가 저(유다)를 어떤 감정으로 대하고 어떻게 바라봤는가를 떠올리며 영감을 얻고 있어요."

"아직은 몸의 300%를 유다가 꽉 채우고 있다"는 최재림은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지저스 연습에 들어갔다. 오랜 시간 유다에 맞춰진 움직임이나 표정, 말투를 바꾸고 그 느낌을 걷어내는 게 우선 과제다. 최재림의 유다 공연을 본 누군가에겐 자칫 '유다 같은 지저스'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선배 지저스들의 각기 다른 매력도 좋은 참고가 된다고. "마이클 지저스는 주변 인물을 수용하고 유다 또한 품으려는 느낌이 강하고 박은태 지저스는 온화함 속에 차가운 벽을 갖고 있어요. 그 벽이 있어야 자기 뜻(죽음과 제자의 배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듯이. 각각 외유내강, 외강내유로 볼 수 있겠네요." 수난당하는 인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체중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신장 188㎝에 건장한 체격인 그는 "극 중 십자가에 매달린 채 공중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위해서라도 몸무게를 78~79kg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전 지저스와는 다른, 재림 예수는 어떻게 그려질까. 최재림은 "최장신 지저스?"라고 농을 던진 뒤 "그 차별점은 무대에서 보여주겠다"며 말을 아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분명 있지만, 미리 말하면 오히려 이게 관객에게 선입견이 될 것 같아요. 분명 다른, 그러나 너무 낯설지는 않은 지저스를 보여드릴게요." 재미는 없지만, 매우 진중한, 딱 최재림다운 답변이다. 이 진지한 남자는 연말 오페라 '리타'와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See What I Wanna See)로도 관객을 만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