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의 상징인 ‘골퍼=백인, 캐디=흑인’이라는 공식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3일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미국 남자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정규직으로 시즌을 시작한 흑인 캐디가 2명밖에 없다면서 골프의 슬픈 역사인 ‘흑인 캐디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고 보도했다.
백인은 여유롭게 골프채를 휘두르고 흑인은 시중만 들어야 한다는 공식은 골프가 처음 생긴 18세기부터 굳어진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을 운영하던 클리포드 로버츠는 지난 1933년 “내가 살아있는 한 모든 골퍼는 백인, 모든 캐디는 흑인이어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골프장에서 흑인 캐디만 고용하기도 했다.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등장하면서다. 우즈는 지난 1997년 에 백인 캐디와 함께 자신의 생애 첫 마스터스 챔피언에 오른 것을 신호탄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14회나 우승하며 흑인도 골퍼로서 성공할 수 있고 백인도 캐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최근 흑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일자리가 다양화되고 캐디의 연봉이 높아진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흑인 캐디인 칼 잭슨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뛰어난 선수의 캐디가 되면 연간 10만달러 이상을 벌 수 있게 됐다”며 “백인 고학력자나 프로 골퍼에 나섰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흑인 캐디 시대의 종언이 또 다른 인종차별을 의미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NYT는 “캐디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흑인은 언제나 버려질 수 있는 존재가 됐다”며 “표면적으로는 인종차별이 사라진 것 같아도 이면에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