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타격 확대… 에너지산업 패닉… 글로벌 경제 '저유가 역풍'

WTI 10% 폭락… 5년래 최저
금융시장 상당한 파장 우려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감산 불발의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에너지 산업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고 러시아·베네수엘라 등 산유국 경제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일각에서는 '유가전쟁'으로까지 불리는 이번 국제유가 폭락이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추수감사절 휴장 전날인 지난 26일 종가 대비 7.54달러(10.2%) 하락한 66.1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09년 9월2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 마감 후에는 한때 배럴당 65.69달러까지 추가 하락하기도 했다. 앞서 27일 6% 이상 폭락한 런던 ICE선물시장의 브렌트유도 이날 장중 69.78달러까지 떨어지며 201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전날보다 3.3% 하락한 70.1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27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12개 OPEC 회원국들은 원유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해 최근의 유가 하락세에 기름을 부었다.

내년 중 국제유가가 35달러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 곳곳에서는 유가폭락에 따른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 산유국인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까지 겹쳐 경제위기 일보직전 상황에 직면했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나이지리아 등 석유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 경기둔화에 더해 유가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율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시기가 한층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OPEC 결정에 따른 유가폭락 사태가 향후 몇년간 세계 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롱선 애널리스트는 "관련기업들의 파산으로 에너지 가격이 향후 수년간 크게 출렁이고 석유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의 정국불안이 야기되는 등 현재의 저유가가 세계 경제에 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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