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질 때는 채권 뜨고 부동산 기면 간접투자 난다.'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자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 가계의 재테크 지도(wealth map)가 본격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달과 이달 중순 두 편에 걸쳐 작성한 '가계자산 포트폴리오의 변화 방향' 보고서에서 앞으로 가계의 저축과 순자산 규모는 줄어드는 반면 그 중 채권과 간접투자상품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자본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외 금리차 축소, 초고령화 사회 진입 및 연기금 성장에 따른 채권수요 증가 등으로 금리는 상당 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현금·예금 중심으로 구성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니즈(수요ㆍneeds)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이) 오는 2012년에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2만2,000달러를 회복할 경우 개인 금융자산의 포트폴리오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점쳤다. 보고서는 이어 "은퇴 세대의 부동산 매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하고 있는 중대형 주택 위주로 가격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부동산 중심의 자산 포트폴리오 선호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겠지만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의 안정성이 선진국보다 낮아 그 증가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제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채권과 간접투자상품이 가계의 대안 재테크 상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투자는 만기시 명목 원금을 받을 수 있고 지속적인 현금흐름이 가능해 예측가능한 수입을 원하는 노령층이 선호하는데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해 자산의 실질수익률을 보전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분석의 근거다. 미국에서도 지난 1980년대를 전후로 고령인구 증가와 연금 관련 제도 개혁 본격화로 가계의 간접투자상품 보유비중이 확대되기 시작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와 저금리 환경이 1980년대의 미국과 비슷하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보고서는 최근 소매채권시장이 개설되고 소매전문딜러제도가 도입되는 등 투자환경이 개선된 점도 가계의 채권투자 활성화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실물자산 가격 하락시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 노년층의 유동성 제약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동산 위주의 획일적 자산구성을 벗고 금융자산에 대한 장기투자를 습관화할 것을 조언했다. 이에 따라 최근 지속되고 있는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현상이 향후 완화될지 주목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14일 발간한 '주간 본드 앤 파이낸스' 브리핑에 따르면 이달 들어 7일까지 은행권의 실세총예금은 4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브리핑은 이 같은 은행 예금 증가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 ▦재정자금 유입 ▦대규모 통화안정채권 만기자금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유럽발 재정위기 등의 금융불안 요인이 완화되면 은행 자금쏠림이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