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경영모델 글로벌 스탠더드 될수 있어

■ 이승한 회장 보스턴대서 '홈플러스 경영사례' 발표
프로세스에 강한 서구, 사람 마음 읽기는 약해
리더 성품·팀워크 중시 한국식 관점 주목해야

이승한(서있는 이) 홈플러스 회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열린 경영대학 100주년 기념 포럼에서 현지 교수진, 학생들과 함께 리더십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홈플러스

"그동안 성과 중심의 리더십을 강조해온 서구의 경영학이 리더의 품성을 중시하는 한국식 관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식 경영모델도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 보스턴대학교에서 열린 경영대학 창립 100주년 기념 포럼에서 "지난 6월부터 보스턴대에서 여러 석학들과 함께 리더십 및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서구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체계적인 CSR과 성과에 앞서 리더의 품성을 먼저 보는 회사 경영 철학이 크게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포럼은 그동안 이 회장이 초빙교수 겸 초빙기업가(EIR)로 현지 교수진들과 공동 연구한 홈플러스의 경영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로, 학교 측은 '홈플러스데이'로 명명했다. 이 회장은 "서구 기업들이 지식과 프로세스 면에서는 매우 강하나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우리 문화는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구 유통 기업의 경우 스토어 운영 등과 관련된 핵심 스킬은 체계화돼 있지만 사람의 마음과 관련된 부분은 그렇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월마트, 까르푸의 한국 진출 실패를 꼽았다.

포럼에 참석한 현지 교수진들도 이 회장의 견해에 동의했다. CSR 분야의 원로로 꼽히는 제임스 포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은 세밀한 사업인데다 관계의 업종이라 리더십의 질적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스트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CSR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지만 일시적일 뿐 체계적으로는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CSR의 목표를 설정하고 문화를 조성하며 CSR R&D센터까지 설립한 홈플러스의 사례는 독특하고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홈플러스의 CSR 사례를 논문으로 발표해 미국 최대 규모 경영학회인 의사결정학회(DSI) 주관 '최고의 사례 경진대회(Best Case Competition)'에서 'Top 3'로 선정되기도 한 이유택 교수도 포럼에 참석했다. 이 교수는 CSR과 리더십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면서"미국 경영대학에서는 어떻게 성과를 내느냐에 포커스를 두는데 공동 연구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됐다"며 "다시 말해 인성과 실력을 갖춘 리더십, 동서양이 만나 함께 가는 경영철학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홈플러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가상스토어가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홈플러스 가상스토어는 IT와 유통을 접목한 시도라는 점에서 이미 학계에서 독특한 연구 사례로 수차례 꼽혔고 유튜브 등을 통해 젊은 학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스턴대 측은 그동안 기업 연구 사례를 종이 문서화해 학생들에게 공부하도록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홈플러스 연구 사례는 멀티미디어 형식으로 구성해 배포했다. 또 향후 MBA 프로그램에서도 이를 계속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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