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내렸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뉴욕증시는 2% 남짓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고 아시아 주요국 시장도 대부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리인하폭이 당초 기대했던 0.5%포인트에 미치지 못한 데 따른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탓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켜준다고 해도 금융불안의 불씨가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는 데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FRB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자 지난 9, 10월 두 달 연속 기금금리를 0.50%와 0.25%씩 내렸고 그것으로도 부족하자 행정부가 모기지 금리를 5년간 한시적으로 동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안정조치는 잠깐 효과를 거뒀을 뿐 시장의 불안심리를 불식시키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FRB가 오는 1월 또다시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서브프라임의 충격이 지난 50년래 최악의 재앙이라는 진단까지 내놓았다.
우리 금융시장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기업과 가계는 물론 은행들까지 돈가뭄에 아우성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9%를 넘어 가계와 기업의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계부채는 이미 600조원을 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금융부실이 금융권 부실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 봄 기업도산과 가계부실이 급증해 금융위기가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해지는데도 우리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채권시장이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데도 “경기호조를 반영한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한가한 소리까지 하고 있다.
사태가 더 이상 나빠지기 전에 정부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위원회 등 정책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위기의식을 갖고 총체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