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분양권 시장선 찬밥신세

청약 경쟁률 최고 수백 대 일 등 인기 뜨겁지만…
세대원도 중복신청 가능… 자연스레 경쟁률 치솟아
웃돈 붙어 매물 나오지만 정작 매수세는 거의 없어

오피스텔의 분양 열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분양권에는 웃돈이 거의 붙지 않고 거래 역시 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시내에서 분양한 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입구에 청약 대기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당첨되면 평균 500만~600만원이고 높게는 1,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을 겁니다." (강남 S오피스텔 분양대행사의 한 관계자)

"실제 거래되는 것을 보면 웃돈 100만원이 고작이예요." (강남 U공인 대표)

분양시장에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오피스텔이 정작 분양권 거래시장에서는 찬밥 신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오피스텔은 거래시장에 높게는 1,00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어 시장에 나오지만 정작 매수세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상당수 오피스텔은 웃돈이 아예 없거나 기껏해야 100만원 안팎인 곳이 부지기수인 실정이다.

◇경쟁률은 높았는데 막상 분양권 거래는 없어=최근 공급된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은 집값 급등기 아파트 분양 경쟁률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서울 강남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선보인 '강남 푸르지오시티'의 경우 최고 52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앞서 잠실동 아이파크, 역삼동 삼성쉐르빌, 역삼동 효성인텔리안더퍼스트, 자양동 광진아크로텔 등 최근 분양된 오피스텔은 거의 예외 없이 수십 대 일의 경쟁률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분양권 거래는 딴판이다. 강남역 인근의 H오피스텔의 경우 500만~1,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이 가격에 사는 매수자는 없다는 것이 주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이따금 거래되는 물건은 100만원 정도의 웃돈만 붙거나 아예 분양가 수준에 거래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인근 S오피스텔 역시 500만~600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지만 단순 매도호가일 뿐으로 매수자를 찾기 힘들어 매물이 쌓여 있는 실정이다.

◇높은 경쟁률의 함정=높은 청약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오피스텔 분양권 시세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일반 아파트와는 다른 청약 시스템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아파트는 청약통장을 가진 세대주 한 명만 한 주택형에 신청이 가능하지만 오피스텔에는 이 같은 제한이 없는 것. 오피스텔은 업체가 정한 신청 군(群)만 다르면 중복 신청이 가능한 데다 세대주는 물론 세대원도 중복 신청이 가능하다. 당첨 후 미계약에 따른 불이익도 없다 보니 일단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가족을 모두 동원해 여러 군에 무더기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경쟁률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역삼동 A공인의 한 관계자는 "분양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층∙향이 좋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도 상당수"라며 "분양권 역시 좋은 물건이 아니면 굳이 웃돈을 주고 사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단기 공급 과잉으로 깡통 분양권 등장 우려도=일부에서는 오피스텔 분양권 거래가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른바 '떴다방'들이 과도한 웃돈을 붙여서 되판 분양권이 막상 입주시점에는 가격이 떨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단기간에 공급이 크게 늘어난 것도 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035실에 불과했던 서울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2010년 5,089실 ▦2011년 1만775실로 급증했으며 올해 역시 8,992실의 물량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오피스텔 투자자 중 상당수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경우가 많다"며 "프리미엄을 기대하며 분양 받은 물건들이 입주 시점에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경우 '깡통 분양권'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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