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이철집 통로이미지 대표

한국적 이미지 콘텐츠 개발 고집… 우리문화 정체성 지키기로 봐주길

지난 11일 열린 대한사진예술가협회 '제13회 이해선사진문화상' 시상식에서 이철집(왼쪽) 대한사협 회장과 마이클 케나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사협

PC 확산·인터넷 보급확대 맞춰 저작권 인증 이미지 공급 주효

2005년 獨·英에 콘텐츠 첫수출… 현재 15개국 30여 회사와 거래

우수 작가진 네트워크 등 강점… 20년간 한 우물 판 게 성공비결

'한류' 해외 경쟁서 이기려면 기존 이미지에 창의성 입혀야

책이나 광고, 인쇄물 등을 보면 다양한 이미지가 있다. 사진이나 그래픽·캐릭터·만화 등 여러 가지다. 편집자들은 이들 이미지를 하나하나 모두 직접 만들까. 그렇지는 않다. 대부분 이미지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에서 구입해 쓴다. 국내 출판물에 외국인이나 외국 제품을 사용한 이미지가 많은 것은 이런 이미지를 외국계 회사에서 사기 때문이다. 통로이미지는 한국형 이미지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다. 지난 1995년에 설립됐으니 사사(社史)가 20년이다. 통로이미지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국내 이미지 콘텐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이철집(55·사진) 사장은 "한국적인 이미지 콘텐츠 육성은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로이미지는 충무로의 출판거리에서 탄생했고 지금도 사옥이 그 한복판에 있다. 이 사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1987년부터 충무로에서 출판·인쇄 관련 일을 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0년 사보연구소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이 사장은 "기업이나 기관 사보의 편집을 대행해주는 일이었는데 일을 하는 와중에 이미지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출판 분야 이미지 작업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이미지를 보유한 인쇄소를 찾아가 필요한 이미지를 찾아 빌려 쓰는 방식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과 비슷하다. 전체적으로 이미지 사용이 많지 않았고 저작권이라는 관념도 희박할 때였다.

변화는 외부에서 왔다고 한다. 매킨토시 컴퓨터가 나오면서 출판 시장에 일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전자편집인쇄시스템(DTP) 개념이 등장하면서 출판 작업이 PC를 통해 이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지 콘텐츠는 여전히 수작업이었고 또 부족했다. 이 사장은 "매킨토시가 디지털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1995년 통로이미지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디지털 이미지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그해 '포토라이브러리 1000'이라는 이름으로 포토 CD 제품을 출시했다. 이미지 콘텐츠 1,000개를 한 CD에 담은 것이었는데 상업용 CD 제품으로는 국내 최초였다. 특히 당시 학교정보화 도입정책에 발맞춰 한국 전통문양 등 한국 전통의 이미지 콘텐츠를 웹디자인, 출판, 그래픽, 멀티미디어 제작 등에 공급함으로 교육 업계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사업의 이정표가 될 만한 사건은 이듬해인 1996년에 있었다. 당시 매킨토시 컴퓨터 한국총판이었던 엘렉스컴퓨터에 2년 동안 디지털 이미지 콘텐츠를 라이브러리 형태로 공급하게 된 것이다. 이는 모든 컴퓨터 구매자가 통로이미지의 라이브러리 CD를 만나게 됨을 의미했다.

이에 따라 점차 사업은 커졌다. 1998년에는 '클럽아일랜드 22000'으로 대한민국 멀티미디어 콘텐츠 공모 대상을 수상했으며 2001년에 출시된 '클립아일랜드 22000 Ⅱ' 역시 정보통신부장관상을 비롯해 많은 소프트웨어·콘텐츠상을 수상했다.

이 사장은 "PC의 확산과 인터넷 보급 확대에 발맞춰 웹디자인과 멀티미디어 출판, 광고, 인쇄물 등에 저작권이 인증된 고품질의 디지털 이미지를 시기적절하게 공급한 것이 주효했다"며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국내 이미지 콘텐츠 기업으로 시장을 선도해왔다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훈민정음·한글 등의 보급형 워드프로그램에도 일러스트 이미지를 공급해 제품에 탑재됐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벤더사로서 2005년과 2009년에 각각 MS오피스에 클립아트 콘텐츠가 탑재돼 사용됐다.

이 사장은 이미지 콘텐츠 제작과 함께 서비스 제공에도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 CD 제작 방식에서 나아가 1996년부터 디지털 이미지 콘텐츠 온라인 서비스 사이트(www.imagekorea.co.kr)를 오픈해 운영했다. 그러던 가운데 이미지 콘텐츠의 개별판매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높은 가격과 불편한 사용 방식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회원제 라이선스 개념이다. 통로이미지는 2003년에 국내 최초로 회원제 라이선스 관리 개념을 도입한 'www.clipartkorea.co.kr' 'www.imagetoday.co.kr'이라는 두 개의 사이트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에도 나섰다. 2005년 최초로 독일과 영국 업체에 이미지 콘텐츠를 수출한 이래 '통로(Tongro)'라는 브랜드로 현재 중국 등 해외 15개국 30여개 회사에 이미지 콘텐츠를 수출하고 있다. 이전에는 미국 시장이 주요 매출처였지만 지금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중국 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셈이다. 통로이미지의 지난해 총 매출은 70억원. 업종의 특성상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지만 2000년 1억원이었던 데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올해 매출목표는 100억원이다.

한국의 이미지 콘텐츠 시장은 좁다. 그나마 게티이미지나 셔터스톡 같은 해외 메이저 업체들이 절반 이상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지 콘텐츠가 단순히 쓰고 버리는 상품이 아니라 그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서적이나 인쇄물이 아무리 우리 고유의 사고와 행동을 표현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이미지가 외국물이면 그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한국적인 이미지 콘텐츠를 육성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류'가 단순히 한국의 전통소재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유행한 것이 아닌 것처럼 기존의 한국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인 표현을 이끌어낼 때 국내외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이미지 콘텐츠라고 하면 곧바로 사진을 의미했다. 하지만 디지털산업의 발달과 표현 방식의 다양화와 함께 그래픽·일러스트 등 사진 이외의 다양한 이미지가 늘었고 또 사진 자체도 그래픽과 융합돼 제작되고 있다. 현재 통로이미지의 직원은 40여명. 그리고 모두 30만건의 이미지 저작권을 확보하고 있다. 나아가 독립사진작가 육성도 활발히 벌여 1,000여명의 작가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00여명이 매월 창작물을 통로이미지에 공급한다고 한다. 통로이미지는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미지 콘텐츠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장은 "통로이미지는 바로 이 한국형 '로컬 콘텐츠'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며 "창립 후 20여년간 이미지 콘텐츠라는 한 우물만 파왔으며 창의적 기획력과 인재, 노하우, 우수 작가진의 네트워크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 이철집 대표는

△1959년 서울 △1987년 충무로서 출판인쇄업무 시작 △1990년 사보연구소 설립 △1995년 통로이미지 설립 △2009~2011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자문위원 △2011년 한국사진저작권협회 이사 △2013년 대한사진예술가협회 회장

해외 사진계와 교류 넓혀나갈 것

■ 사진예술가협회장도 맡아

대한항공과 저작권 다툼 '솔섬' 찍은

케나에 '이해선 사진문화상'줘 화제

이철집 통로이미지 사장은 지난해부터 한층 더 바빠졌다. 지난해 2월 사진작가들의 단체인 대한사진예술가협회의 회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대한사협은 지난 1945년 사진가 이해선 선생이 중심이 돼 설립됐다. 68년간 순수 사진예술가 단체로 국내 사진 발전에 이바지해오고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자부심이다. 현재 부산·대구·대전을 비롯해 전국 9개 지부에 3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 회장의 목표는 대한사협을 '매그넘'과 같은 순수 창작 사진가 집단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매그넘은 1947년 로버트 카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조지 로저 등이 창립한 국제자유보도사진작가그룹으로 전세계를 대표하는 사진계의 엘리트 집단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 회장은 "역사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사진가들의 자부심이 되는 단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한사협은 최근 중요한 결정을 했다. 11일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마이클 케나(60)를 '제13회 이해선사진문화상' 수상자로 결정, 시상한 것이다.

케나는 강원도 삼척 월천리 솔섬을 찍어 이 섬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고 이후 보존운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는 전라남도 신안군을 소재로 촬영한 사진집 '신안(SHINAN)'을 발표해 주요 국가들에 배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솔섬 사진을 놓고 저작권 관련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대한항공이 2011년 8월 '솔섬'과 유사한 구도의 사진을 토대로 광고를 제작, 방송하자 케나의 한국 에이전시인 공근혜갤러리가 지난해 7월 대한항공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대한사협이 '이해선사진문화상'에 외국인을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논란의 와중에 있는 작가라서 특히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한국에서 세계적인 사진작가에게 시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시상을 계기로 국내 사진계가 해외 사진계와 교류의 폭을 넓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 또 케나는 충분히 (이해선사진문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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