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는 청약제도 개편과 함께 이번 9·1대책의 핵심이다. 특히 수도권 외곽에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조성한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지구가 오히려 시장의 왜곡을 불러왔다고 보고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했다는 평가다. 재개발·재건축이 집값 급등의 진원지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탈피해 부족한 직주근접형의 핵심 주택 공급원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4만여가구 노원 상계 최대 수혜=부동산114에 따르면 최장 40년이었던 재건축 연한이 30년으로 10년 단축되면서 수혜를 입게 된 노후 아파트는 수도권 36만2,064가구(1987~1990년 준공 기준)에 달한다. 이 중 서울에서만 연한 단축으로 혜택을 입는 주택 수가 16만9,279가구다.
현행 재건축 연한규제는 준공 후 20년 이상 범위 내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역에 따라 재건축 연한이 각각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과 대전·광주·충북의 상한선이 40년인 반면 전북과 제주·강원은 20년, 나머지 지자체는 30년으로 재건축 연한이 서로 달라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재건축 가능 연한을 도출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예컨대 현행 기준에 따라 지난 1987년 준공된 아파트를 비교해보면 부산에서는 이미 2010년 재건축 가능 연한이 도래한 반면 서울은 오는 2019년, 경기도는 2017년에야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정부의 연한 기준 완화로 가장 수혜를 입는 곳은 1980년대 중후반 아파트가 대규모로 들어선 서울 노원구와 양천구 일대로 꼽힌다. 노원구의 경우 2017년 재건축이 가능한 가구는 6,412가구(1987년 준공)며 2018년에는 3만4,197가구(1988년 준공)가 새로 재건축 가능 연한을 채운다. 2020년까지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수혜가구는 5만4,628가구다. 그중에서도 상계동에 몰린 물량만 4만1,124가구다.
양천구도 1987년 준공된 가구가 6,247가구, 1988년 준공 가구는 1만3,751가구다. 88올림픽을 준비해 1만여가구가 대규모로 지어진 송파구 일대도 주요 수혜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안전 문제 없어도 재건축 가능=과거 구조안전성에 방점이 찍혔던 안전진단 기준도 크게 완화된다.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다면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더라도 주민이 불편을 겪을 경우 재건축을 허용해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재건축 추진 여부가 객관적인 노후도보다는 주민들의 사업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또 연한 도래와 상관없이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바로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재건축사업에서 적용됐던 소형주택 건립의무규정도 완화됐다. 현재 수도권에서 재건축을 할 경우 국민주택규모(85㎡) 이하 주택을 전체 가구의 60% 이상, 연면적 대비 50% 이상을 지어야만 한다. 이번 대책에서는 이 중 연면적 기준이 사라지면서 소형주택 건립을 꺼리는 강남권의 경우 수익성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주택경기 침체로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개발·재건축에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공공관리제도도 개선한다. 현재 재개발·재건축사업에 공공관리제도를 의무적용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시공사 선정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하도록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시행인가 이전으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임대주택 비율 낮아진 재개발 수익성도 개선될 듯=수익성 문제로 곳곳에서 사업이 중단된 강북권 재개발을 위해서는 임대주택 비율을 대폭 완화한다. 재개발의 경우 재건축과 달리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전체 가구의 최대 20%까지 지어야 한다. 이번 대책으로 이 임대주택 비율이 최대 5%포인트 낮아지면서 곳곳에 멈춰서 있는 강북권 재개발도 사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강북권 최대 재개발구역인 한남뉴타운 3구역에 이번 대책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분양수입이 최대 1,428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5,474가구 대비 17%(979가구)인 현재 임대주택 비율을 12%(691가구)로 낮출 경우를 가정한 결과다. 임대주택 비율을 상한선인 15%(864가구)로 맞출 경우에는 569억원가량의 분양수입을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 당국이 세입자용 임대주택이 부족할 경우 지자체장이 5%포인트 상향할 수 있도록 유보조항을 둬 사실상 무의미한 규제 완화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재개발사업에서 임대주택의 수가 전체 세입자 대비 현저하게 낮다"며 "임대주택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지자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실상 규제 완화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