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월드컵 우승국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은 1986년 멕시코 대회였다. 당시 4강 상대가 바로 벨기에. 스물여섯의 디에고 마라도나(54)는 2골을 몰아치며 아르헨티나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아르헨티나는 벨기에를 만났는데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는 0대1로 졌다. 이 대회에서 2골을 터뜨리고도 웃지 못했던 마라도나는 4년 뒤 분패를 설욕하며 우승컵을 들었다.
이번에는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가 아닌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의 아르헨티나가 벨기에와 다시 만났다. 6일 오전1시(이하 한국시각) 브라질리아 이스타지우 나시오날에서 열릴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전이 그 무대. 아르헨티나 올드팬들은 메시를 보며 마라도나를 떠올리지만 벨기에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 스타 에덴 아자르(23·첼시)가 버티고 있다.
오전5시 사우바도르에서 열릴 8강 의 또 다른 경기는 전통 강호 네덜란드와 돌풍의 핵 코스타리카의 격돌. 경기당 3골을 터뜨린 막강 화력의 네덜란드가 4경기를 2실점으로 막은 코스타리카의 짠물 수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마라도나-메시의 평행이론=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의 '메시 의존증'을 걱정하지만 1986년 대회에서도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의 천재성에 기댔다. 물론 호르헤 발다노(4골), 호르헤 부루차가(2골) 등이 거들었지만 아르헨티나의 전체 14골 가운데 10골은 마라도나(5골 5도움)를 거쳤다. 28년 뒤 아르헨티나에는 마라도나는 없지만 메시가 있다. 아르헨티나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넣은 7골 가운데 5골에 메시(4골 1도움)가 관여했다. 메시의 5개 공격 포인트 전부가 '황금 왼발'에서 나왔다. 작고 왼발을 잘 쓰며 등번호 10번을 다는 한편 20세 이하 월드컵 우승 경력에 성인 무대 데뷔가 헝가리전이었다는 점까지 마라도나와 닮은 메시. 이번 벨기에전에서 골을 터뜨리고 4강을 넘어 우승까지 이른다면 마라도나와 완벽한 '평행이론'이 성립된다. 마라도나는 멕시코 대회 MVP였는데 메시도 이번 월드컵에서 매경기 MOM으로 뽑히며 대회 MVP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벨기에는 티보 쿠르투아(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아자르가 희망이다. 메시와 같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소속인 골키퍼 쿠르투아는 바르셀로나와의 최근 7경기에서 메시에게 1골도 내주지 않았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도 2경기를 무실점으로 막는 등 차세대 거미손다운 면모를 뽐내고 있다. 그는 "메시를 잘 안다"면서도 "비디오 분석을 해도 소용없는 선수다. 공간이 나면 바로 슈팅이 날아오기 때문에 매순간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팀 내에서 몸값(3,960만파운드)이 가장 비싼 아자르는 지난 시즌 EPL에서 14골 7도움을 올렸고 이번 대회에서는 4경기 2도움을 기록 중이다. 드러나는 성적은 메시에 비할 바 못 되지만 팀 내 비중은 메시 못잖다. 아자르는 "메시가 나보다 10배는 잘한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경기할 것"이라며 의지마저 낮추지는 않았다.
◇첫 대결 네덜란드-코스타리카, 누구냐 넌=이 두 팀은 월드컵이든 월드컵 밖에서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이번이 첫 만남.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승부다.
지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준우승팀 네덜란드가 이 대회 전까지 16강이 최고 성적인 코스타리카를 쉽게 이기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누구도 쉽게 이길 수 없는 상대가 바로 호르헤 루이스 핀토 감독의 코스타리카다. 5-4-1의 독특한 포메이션으로 죽음의 조를 통과, 8강까지 오른 코스타리카는 오른쪽 수비수 크리스티안 감보아(RBK)가 상대 에이스 아리언 로번(바이에른 뮌헨)을 막아야 4강이 보인다.
뚫려도 물론 철벽 수문장 케일러 나바스(레반테)가 있다. 4경기에서 2경기나 MVP로 뽑힌 나바스는 어깨 부상에도 출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6강에서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아작시오)에게 가로막혀 거의 질 뻔했다가 2대1로 겨우 이겼던 네덜란드는 또다시 견고한 벽과 마주하게 됐다.
마라도나 베네수엘라 감독에?
현지 방송·신문 등 영입설 터져
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한 번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베네수엘라에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브라질에서 베네수엘라 미디어그룹인 텔레수르의 축구 해설을 진행하는 마라도나는 지난 2일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을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고 4일 베네수엘라 현지 방송, 라디오·신문 등은 이를 일제히 인용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