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한국과 협력 확대는 대세"… 글로벌 큰 손 '왕서방' 투자 늘린다

中 올 對韓 투자 670% 급증
IT·서비스 등 분야도 다각화
코트라 개최 투자 설명회에 94개 주요기업 참석 성황


막대한 보유외환과 정부 차원의 해외투자촉진정책을 등에 업고 전세계 투자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 기업들이 한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면서 투자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3일 KOTRA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약 6개월간 중국의 대한국 투자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0% 증가한 7억6,600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투자금액인 4억8,100만달러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여기에 홍콩과 싱가포르 등을 경유한 우회투자 형식까지 포함할 경우 투자금액은 15억달러까지 늘어나게 된다.

특히 중국 텐센트의 CJ게임즈 투자나 완다그룹의 이랜드 투자, 녹지그룹의 제주도 최고층 쌍둥이 빌딩 투자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다수의 프로젝트가 이번 시 주석 방한 이후 대거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올해 전체로도 역대 최고 투자액 달성이 확실시된다.

올해 들어 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금액뿐만 아니라 투자지역과 투자업종 등에서도 과거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한류산업 지분투자나 부동산 개발 등에 치우쳤다면 최근에는 전기전자ㆍ기계ㆍ식품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으로 점차 다각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최근 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데는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독려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큰 힘이 됐다. 중국은 4조달러에 달하는 보유외환의 효과적인 사용처와 함께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피하기 위해 자국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10억달러 이하의 비민감성 해외투자 프로젝트는 정부 승인이 아닌 신고만으로도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또 3억달러 미만의 경우 지방정부 차원의 허가로도 해외투자가 가능해졌다. 아울러 자국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력과 브랜드를 갖춘 한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투자확대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시 주석의 방한에 맞춰 3일 서울 염곡동 KOTRA에서 열린 '한국 투자환경 설명회'에는 우리나라에 투자를 늘리려는 중국 기업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에서 해외투자 촉진업무를 담당하는 류뎬쉰 투자촉진사무국장을 비롯해 중국 상무부 관계자 7명과 현지 주요기업 94개사에 속한 116명이 참석했다.

참가 기업들은 금융ㆍ투자ㆍ무역ㆍ서비스, 인프라 건설 및 부동산 개발, 제조 및 바이오ㆍ의약, 농업 및 광업 등으로 다양하게 꾸려졌다. 중국 부동산 업계의 리더인 상하이세무를 비롯해 30개 계열사를 거느린 신화연부동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철도를 건설한 중복가신그룹 등 중국 상무부가 지난 4개월간 발굴한 대한국 투자관심 기업들도 포함됐다.

류 국장은 "한국에 대한 투자확대는 하나의 큰 흐름"이라며 "양국 무역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려 기회를 창출하고 한국의 기술력이 뛰어난 사업 분야에서 지분투자나 동반진출을 하는 것은 유망한 협력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오영호 KOTRA 사장도 "양국은 수교 22년차를 맞아 세계시장을 향해 손잡고 함께 진출해야 할 때"라며 "한국에 대한 투자확대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전면적인 경제협력 파트너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중국 투자대표단은 이날 설명회 직후 경기도 산업단지와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을 둘러보고 국내에 진출해 있는 중국 기업들도 방문했다. 중국 기업인들은 한국 투자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 500대 상장기업인 신화연부동산의 수보 사장은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제주도에 부동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발전하는 한중 외교관계가 투자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인 상하이세무의 송야오 부총재는 "올해 말부터 제주도 등 한국 부동산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말레이시아와 영국 등지에서도 투자를 고려하고 있지만 관심도 1위는 한국"이라고 말했다. 가죽제품 제조업체인 중국피혁성의 런유파 대표는 "우수한 제조기술을 지닌 한국기업과의 합작을 원하며 한국에 대형 쇼핑몰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고 소개했다.

KOTRA 관계자는 "쌍용차 투자철수 이후 정체 상태를 보였던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가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에너지와 인프라에 집중됐던 투자 분야가 식음료 등 소비재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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