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신세계 열린다] <4> '바퀴달린 스마트폰' 커넥티드카

자동주행에 모바일 오피스까지… 스마트카 혁명, 삶을 바꾼다
자동차에 LTE기술 접목
음성으로 차량제어하고 사고예방도 알아서 척척
2025년 무인운전 대중화
'황금알 낳는 거위' 부상… BMW·벤츠 등 개발 러시



# "오늘 오전9시 소회의실에서 아침회의가 있습니다. 낮12시에는 신규 계약과 관련해 거래처 관계자와 점심 약속이 있고 오후3시 팀장이 주관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있습니다. 밤 사이 수신된 메일은 3건입니다. 전날 미국 증시는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1.4% 상승했고 환율은 소폭 하락했습니다. 시청 인근 집회로 정체가 예상되지만 도착 예정 시간은 어제보다 1분 늦은 오후8시28분입니다."

회사원 장동건(32)씨의 하루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에서 시작된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기상과 동시에 허겁지겁 지하철을 탔지만 커넥티드카를 구입한 뒤 아침 풍경은 완전히 달려졌다. 스마트폰이 자동차와 실시간 연동되면서 이제는 차에서 각종 e메일과 자료를 확인하고 하루 일정을 짜는 것이 일상이 됐다. 출근시간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 못지않게 좋은 점은 차를 운전할 일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스스로 운전하는 커넥티드카를 구입한 후 더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에서 '시속 80㎞ 구간입니다'나 '안전운전에 주의하세요'를 듣는 일도 없어졌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커넥티드카 보급에 나서면서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절반 이상이나 줄었다. 보험 업계와 레커 운전자들은 커넥티드카 도입을 반대한다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래의 어느 날을 가정한 것이지만 사물인터넷은 자동차 업계 전반에 새로운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스마트카'가 자동차에 최신 정보기술(IT) 기능을 접목해 활용성과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린 것이라면 이제는 모든 IT기기와 이동통신 기술이 집약된 '커넥티드카'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커넥티드카의 보급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재편하는 동시에 '이동성'과 '효율성'이라는 인류의 오래된 과제를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인기 드라마 '전격 Z작전(night rider)'에 등장했던 '키트'와 같은 자동차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전황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커넥티드카'는 차량의 모든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각종 모바일기기와 이동통신 기술이 연결되는 차세대 자동차"라며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연료 효율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환경오염까지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각종 기기를 무선통신 기술로 연결하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지난 1990년대부터 위성항법장치(GPS)와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교통사고와 차량 도난에 대응하는 텔레매틱스(telematics)를 보급해왔다. 텔레매틱스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미국 GM의 '온스타'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6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서비스 이용료로만 매년 15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텔레매틱스는 특정 자동차 제조사가 제공하는 전용 장비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커넥티드카는 기존 텔레매틱스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하나로 연결하고 콘텐츠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기술이다. 운전자의 음성 명령에 따라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고 주변의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스스로 위험을 회피하는 커넥티드카는 단순한 '탈 것'을 넘어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해나간다.

완전한 무인자동차가 보급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커넥티드카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우선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센서와 실시간 교통정보 수집 시스템을 활용해 운전자의 시선이 엉뚱한 곳으로 향하거나 졸음운전으로 판단되면 이를 즉각 알려줘 교통사고의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차량 간 통신(V2V ∙Vehicle to Vehicle)'이 도입되면 전방에 여러 대의 차량이 갑자기 정지하는 경우 미리 도로의 상황을 통보해 사고 위험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

이동통신과 결합한 편의기능도 커넥티드카의 대표적인 장점이다. 자동차와 이동통신이 결합하면 차량 관리와 안전운행 정보뿐만 아니라 원격 차량진단과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열어젖힐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이 디자인과 동력성능ㆍ브랜드 등이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다양하게 참신한 콘텐츠를 제공하느냐도 하나의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4세대(4G) 이동통신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 등 이동통신 기술의 발달 역시 커넥티드카의 확산을 앞당기는 촉매재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오는 2016년까지 새롭게 판매되는 자동차의 절반을 커넥티드카가 차지하고 2020년에는 대부분의 차량이 커넥티드카로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건태 KT종합기술원 연구원은 "자동차 제조사가 주도하던 텔레매틱스는 광대역 통신 인프라와 결합하면서 이제는 자동차 자체가 하나의 스마트기기로 구분된다"며 "커넥티드카는 콘텐츠ㆍ에너지ㆍ금융 등의 산업과 수평적 융합을 이루면서 모바일 시장에도 새로운 가치사슬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커넥티드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면서 관련 업체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BMW는 인텔과 손잡고 차에서 각종 문서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카'를 개발하고 있고 포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음성인식과 와이파이를 결합한 '마이포트 터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벤츠도 기존 기존 고급 모델에만 적용했던 구글지도ㆍ지메일 등 각종 구글 서비스를 조만간 모든 차량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애플과 제휴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아이카(iCar)'를 준비하는 등 커넥티드카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도요타 역시 올해 초 열린 'CES 2013' 전시회에 첨단 능동형 안전강화 차량(AASRV)을 선보이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도 커넥티드카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최근 텔레매틱스 기술을 확장해 원격으로 시동을 걸고 스마트폰 연동 기능을 제공하는 '블루링크'와 '유보'를 각각 신차에 탑재하며 커넥티드카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현대ㆍ기아차는 이와 별도로 인피니언ㆍMSㆍ삼성전자ㆍ보쉬ㆍ인텔ㆍKTㆍSK텔레콤 등 주요 IT 업체와 손잡고 차세대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커넥티드카의 등장은 보험 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 푸르덴셜보험은 고객의 차량 이용 현황을 분석해 실제 차량을 이용한 만큼 보험료를 내는 상품을 준비 하고 있다. 이 상품은 이동통신사의 통신 서비스와 결합해 지역 기반의 광고 및 쿠폰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이전에는 차량 외부에 부착됐던 광고판이 차량 안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이탈리아 보험사 게네랄리세구로는 텔레포니카와 손잡고 오는 9월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보험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운행습관을 실시간으로 제공해주고 수집된 데이터는 텔레포니카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돼 고객 관리에 활용된다. 양사는 정보수집에 동의한 고객에게는 추가로 보험료와 통신료를 할인해주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앞세워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앞다퉈 커넥티드카 개발에 뛰어들면서 이르면 2025년에는 무인운전 기능을 갖춘 커넥티드카가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커넥티드카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지만 과정에서 다양한 비즈니스가 창출되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업체도 시장 선점을 위해 체계적인 준비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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