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북한 경수로 원전에 사용하려던 원자로 설비 등을 자신들이 중고로 사서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필리핀 정부차원의 공식 제안이 아니라 특사 차원의 제안인 만큼 양국 간 공식협의가 있을 때까지 입장을 정할 수 없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크 코주앙코 필리핀 국회의원은 2일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지식경제부를 방문,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의 서신을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전했다. 주내용은 한국전력에서 공개매각 중인 북한 경수로 및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관련 기자재를 매입해 필리핀에 1,000㎿급 한국형 원전 2기를 건설하고 싶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 기자재 공개매각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한전은 이날까지 입찰참가 신청을 받아 오는 22일 입찰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매각 일정 연기를 요청한 사유는 5월 필리핀 대통령 선거로 정책결정이 지연되고 있으므로 자국 선거 이후로 입찰기간을 연기해 필리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최 장관은 "KEDO 기자재 입찰시 자신들이 사서 원전을 싸게 짓고 가능하면 한국 원전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일단 뜻은 좋으니 책임 있는 필리핀 당국자가 오면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제안형식에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특사 방문이 통상적인 관례와 차이가 있어서다. 이날 에이전시 한명과 함께 방문한 코주앙코 의원의 일정에 대해 주한필리핀대사관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허겁지겁 과천 청사로 달려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특히 필리핀은 반핵 정서가 심해 90% 넘게 원전사업을 진행하다가 중단된 전례도 있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청와대에 친서를 전달하되 필리핀 당국의 공식 입장발표가 있기까지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