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가 심한 팔순 노모를 둔기로 살해한 호주의 40대 남자가 "모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살해하게 됐다"는 법정 진술을 펴 주위를 경악케 했다.
호주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해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노모(83)를 시드니 북부 해안지역에 있는 집으로 찾아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필립 레이먼드 파크스(49)는 13일 뉴사우스 웨일스주 최고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노모를 살해하게 된 경위를 자세하게 밝혔다.
그는 지난해 1월17일 시드니 북부 콜라로이 플래토 지역에 있는 집으로 노모를 찾아가 둔기를 휘둘러 살해한 뒤 범행을 강도 살인으로 위장하기 위해 집안의 세간들을 마구 뒤집어놓고 달아났었다.
파크스는 범행 직후 형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병들고 쇠약한 노모한테 누가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주민들에게 범인을 잡을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는 뻔뻔스러움까지 보였지만 그로부터 한달 뒤 노모살해 용의자로 쇠고랑을 차는 신세가 됐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 가족들이 자신에게 일을 그만두고 병든 노모를 돌보라고 하자 끔찍한 생각이 들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했다.
세 자녀의 아버지인 그는 "어머니를 돌볼 생각을 하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며"어머니를 살해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집안으로 몰래 들어가 미리 준비한 둔기로 노모의 머리를 때렸음에도노모가 쓰러진 뒤 이마에 흐르는 피를 손으로 닦아내며 '얘야, 이렇게 해선 안 된다'는 말을 했다면서 노모가 자신을 알아보는 것 같아 다시 정신없이 둔기를 휘둘렀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러나 그로부터 몇주 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뒤늦게 깨닫고 커다란죄책감에 사로잡혔다면서 "나를 낳아준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심적 고통 때문에 죽고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버스 운전사인 그는 마약을 상습 복용해왔으며 노모를 살해하기 전에도 몇달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대마초를 피우거나 암페타민 등을 복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크스에 대한 형량 선고는 추후 공판에서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