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 후끈… 내집 마련 가이드] 미친 전셋값에 응찰자 몰려 … 낙찰가율 낮은 지역 물건 찾아라

서울 동작·송파구 유망. 경기선 김포·고양 낮아
전세가율 높은 곳은 입찰 앞둔 알짜물건 파악을

연일 치솟는 전셋값 마련에 허덕이고는 세입자라면 적은 비용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려볼만 하다. 서울 남부지법의 한 경매법정 안이 응찰자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사진제공=지지옥션



최근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내 집 마련에 나선 Y씨(37). 조금이라도 더 싸게 집을 사보겠다는 생각에 경매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마침 인근 노원구 하계동에 세 가족이 살 수 있을만한 소형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진 걸 확인했다. 오래된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에서도 비교적 새 아파트에 속하고, 인근에 대형마트 등이 가까워 입찰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권리분석도 꼼꼼히 하고 시세도 열심히 조사해서 그가 정한 입찰가격은 시세보다 1,000만원, 감정가격보다는 1,100만원 낮은 2억5,500만원이었다. 권리관계가 깨끗하고 맘에도 드는 물건이라 너무 높게 써낸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낙찰은 다른 이에게 돌아갔다. 낙찰가격은 감정가격 2억6,600만원보다 높은 2억7,312만원. 이 아파트의 가격이 KB시세 기준 2억4,500만원에서 2억6,75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Y씨처럼 경매로 내 집 마련을 노린 이들이 17명이나 몰리며 낙찰 경쟁이 치열했던 결과다. 최근 경매시장에 '과열주의보'가 떨어졌다.

전세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싼값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이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 특히 최근 들어 주택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평균 낙찰가율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경매시장이 싼 값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응찰자가 늘고 덩달아 낙찰가율도 오르고 있지만 경매가 여전히 가장 경제적인 내 집 마련 수단인 것은 틀림없다"며 "고가낙찰 사례가 빈번해졌지만 좀 더 꼼꼼히 물건들을 알아보고 전략만 잘 세운다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낙찰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매시장 '과열주의보'=2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들어 지난 20일까지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의 평균 응찰자수는 8.7명이다. 2009년 4월 9명 이후 4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고,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도 2.7명이나 많다.

특히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경기도의 경우 9.5명으로 조사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응찰자가 몰리면 낙찰가격도 자연스럽게 오른다. 수도권 아파트의 2월 평균 낙찰가율은 84.5%다. 지난해 1월 74.1%에 불과했던 평균 낙찰가율이 무려 10%포인트 넘게 뛴 것. 정부가지난해 8.28 대책을 발표한 후 10월 80%를 돌파한 이래로 5개월째 80%선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8일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마을 벽산블루밍 전용 102㎡은 중대형임에도 31명이 입찰에 나섰다. 1회 유찰되긴 했지만 결국 감정가격(3억원)의 93.6%인 2억8,12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이 급등한 것은 전세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가율이 70.6%나 되는 경기 의왕시의 경우 평균 응찰자가 11.8명에 달한다. 전세가율이 63.6%인 경기 하남시는 무려 평균 경쟁률이 무려 22대1이다.

◇은평·송파·고양·김포 낙찰가율 가장 낮아=때문에 전문가들은 경매에 나서기 전 낙찰가율이 낮은 지역의 아파트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월 수도권 기초자치단체 중 각각 2건과 1건이 경매에 부쳐진 서울 종로구와 중구를 제외하면 낙찰가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 동작구다.

모두 13건이 경매에 부쳐졌고 평균 응찰자수는 3명에 불과해 낙찰가율은 75.1%다. 송파구도 평균낙찰가율이 79.5%로 동작구와 더불어 서울에서 유일하게 80% 밑 선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38건의 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져 28건이 주인을 찾을 만큼 권리관계가 깨끗한 물건들이 많지만 평균 응찰자수도 7.89명으로 서울 평균보다 낮다.

경기도에서 낙찰가율이 가장 낮은 곳은 경기 김포시다. 경매가 진행된 44건의 아파트 중에서 19건이 낙찰됐고 평균 응찰자수도 5.89명에 불과해 평균 낙찰가율은 75.4%다. 김포의 경우 여전히 준공 후 미분양아파트들이 많아 경매보다는 새아파트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고양시도 상대적으로 낙찰가율이 낮다. 모두 98건의 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졌고 낙찰가율은 80%다.

◇전세가율 높은 곳 '알짜'물건 어디=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 사는 이들은 입찰을 앞두고 있는 알짜 물건을 알아두는 것도 경매로 내 집 마련하는 데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전세가율이 69.7%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성북구의 경우에 돈암동 한진아파트 전용 59㎡이 다음달 4일 입찰을 앞두고 있다. 감정가격 2억3,000만원에 최저 입찰가격은 1억8,400만원이다. 성북구는 이번 달 8건의 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져 평균 낙찰가율이 91%에 달할 만큼 경쟁이 심한 지역인 만큼 고가 낙찰을 대비해야 한다.

경기도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인 의왕시(70.6%)에서도 다음달 18일 내손동 반도보라빌리지 전용 84㎡이 경매에 부쳐진다. 감정가격은 4억원, 최저입찰가격은 3억2,000만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