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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를 금리정책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가계부채가 늘고 있지만 이에 따라 금융위기를 겪게 될 확률은 없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또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국제유가로 인해 경기하락의 위험성이 높다는 데 대해서는 "성장세가 더 둔화되지는 않고 점차 장기추세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총재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준금리는 9개월째 동결됐다.
◇기준금리, 당분간 더 동결할 듯=김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라는 '큰 칼'을 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이 높은 과다 채무 가구 문제를 우선 해결하는 등 미시적 해결책을 우선 강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브라질을 비롯해 최근 3∼4개 국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금리정책을 펼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리 수준 등에서 우리나라와 외국의 상황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를 당분간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국제유가가 오르지만 "물가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기준금리의 변화 필요성은 읽히지 않는다. 김 총재는 "국제유가는 소비자물가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5%포인트 높아지고 성장률은 0.5%포인트 낮아진다"면서 "하지만 국제유가가 150달러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가가 현재 수준이면 물가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성장세 더 둔화하지 않을 것"=국제유가 쇼크로 경기가 더 고꾸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은 상황에서 김 총재는 "성장세가 더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설투자가 부진하지만 소비와 설비투자가 증가했고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우선 꼽았다. 또 고용도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다. 물론 신흥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유럽 지역의 국가채무문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경제의 위험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하지만 우리경제는 점차 장기추세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위기를 초래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의 규제 때문에 금융기관이 부실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적어도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형태의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긴축이나 탕감ㆍ인플레이션 등 보다는 지금은 우리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가 좋아져서 성장률이 매우 높아 소득이 늘어나면 부채 문제가 해결된다는 얘기다.
김 총재는 한편 임기가 다된 금통위원 3명과 공석 1명 등 모두 4명의 금통위원이 바뀌는 것과 관련해 "새 위원이 어떤 사람일지 예단할 수 없는데 자질을 갖춘 사람일 것이므로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금통위원 가운데 연임은 없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