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관계 정상화 수순밟기 본격화

北·美관계 정상화 수순밟기 본격화 金正日·올브라이트 회담 의미·전망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반세기의 빗장을 풀고 마침내 평양에 도착,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만남으로서 북미 관계는 이제 본격적인 정상화 수순에 돌입했다. 지난 9~12일 조명록 특사와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의 워싱턴 회담을 계기로 초고위급 채널을 가동시킨 북미 양국은 이번 올브라이트 장관의 답방 및 김위원장과의 회담으로 확실한 관계 개선의 초석을 놓은 셈이다. 특히 이날 김-올브라이트 회담은 당초 예상보다 하루 앞당겨진 데다 김 위원장이 올브라이트 장관의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를 전격 방문, 그 파격의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김 위원장의 방문을 올브라이트 장관이 `앉아서' 받는 깜짝쇼 형식으로 치러진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간 23일 회담으로 향후 북미 관계는 이제 어떤 형태로든 급류를 탈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김-올브라이트 회담에서 다뤄진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양국간 외교 정상화를 위한 중요 현안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에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사일 개발 중지와 양국간 외교 사무소 개설 문제는 합의 단계에 달했다는 것이 평양 현지로부터의 전언이다. 이번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미국은 회담 결과에 대해 기대만큼이나 부담감 또한 적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웬디 셔먼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22일 평양으로 향하는 국무장관 전용기에서 “양측 회담에 중대한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점은 기대와 함께 미국의 회담 타결에 대한 강박관념이 감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북미 양국이 이번 협상에 기울이는 이런 정성에도 불구, 그러나 올브라이트 장관이 이번 평양 방문에서 건져낼 실질 소득에 대한 전망치에는 전문가들사이에 아직 다소의 이견이 있다. 양국 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확신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올브라이트의 방북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즉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은 김 위원장과 빌 클린턴 대통령간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 강한 만큼 의미는 있으나 중요 문제 대부분은 클린턴 대통령의 몫으로 남겨놓으리란 주장이다. 실제 미국내 북한 전문가들중 상당수는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을 "김-클린턴 회담 준비 작업에 초점을 맞춘 방문으로 알맹이는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올브라이트 장관이 미국의 기대만큼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지 못한다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여전한 상태다. 그러나 미 언론들에 따르면 클린턴 방북 자체의 무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백악관이 클린턴의 방북을 이미 기정사실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22일 전했다. 이 신문은 올브라이트의 방북이 클린턴의 방북 조건에 대한 북한측의 확약을 모색하기 보다는 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측이 핵심사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응할 준비가 돼 있는 지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전망했다. 김위원장과 올브라이트간 이번 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 방북의 사전 정지 작업을 위한 첫번째 작품으로 알려진 건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문제다. 이와함께 북한측이 내심 가장 원하는 테러 지원국 해제 문제도 역시 양자간 합의의 가시권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적군파 추방에 대한 이면 합의와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약속은 북미가 평양에서 주고 받을 수 있는 선물 목록중 최우선 순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한편 올브라이트 장관이 외교 관례상 그의 카운터 파트인 백남순 외무상을 제끼고 조 부위원장과 회담하는 점은 특별히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이는 회담에서 실질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북미 양측의 의미있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즉 군의 최실세인 조 부위원장과의 회동은 북한 군부의 지원을 담보한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군의 강경파가 움직이지 않은 채 양국 정부간 합의가 도출된다면 일단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걸림돌은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홍현종기자hjhong@sed.co.kr 입력시간 2000/10/23 18:0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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