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선언 하루 만인 27일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극도의 긴장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남측의 PSI 전면 참여를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해온 북측이 군사적 타격 위협에 나서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지만 그 속도가 빠르고 의지 또한 단호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측의 도발 수위가 낮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PSI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배경은=북한은 지난 4월5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앞두고 우리 정부가 PSI 전면 참여 방침을 거론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북측 대남창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대변인은 3월30일 담화에서 “PSI에 참가한다면 이는 선전포고로 우리는 즉시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4월18일에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서울이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0㎞ 안팎에 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PSI 가입 방침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달러벌이의 가장 큰 창구인 미사일 수출길이 막히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 정부의 PSI 참여로 한반도 주변 해상이 봉쇄될 경우 북한은 중ㆍ장거리 미사일은 물론 각종 무기판매의 해상 루트가 사실상 봉쇄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각종 무기 수출로 1억달러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4월5일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의 경우 자신들의 무기성능을 국제적으로 선전하는 계기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북한은 무기 수출 통로를 전면 차단하는 PSI 장벽에 강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도발 수위 높을 것으로 예상=가장 큰 우려는 북측이 그동안 예고했던 위협을 대체로 실행해 옮기곤 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의 PSI 전면 가입 선언 하루 만에 곧바로 군사적 타격 대응을 예고했다는 것은 북측이 대남 도발시기를 미루지 않고 도발 강도 또한 낮지 않음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핵실험과 후속 행보를 치밀하게 계산하고 주저 없이 그 시나리오대로 행동하는 모습”이라며 “예정대로 대남 압박 수순을 진행하며 6~7월까지 한반도 긴장 수위를 최대로 높여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무엇보다 1999년과 2002년 6월 꽃게잡이 철에 발생했던 서해 연평해전과 비슷한 군사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공교롭게도 당시 연평해전이 모두 6월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군 당국은 북한이 꽃게잡이 철을 맞아 또다시 의도적으로 서해에서 군사적 도발에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이나 미국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 핵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ICBM을 확보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북한은 4월29일 외무성 성명에서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결정하고 그 첫 공정으로 핵 연료를 자체로 생산보장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체 없이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조만간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관련 시설 개발에 착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