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소프트웨어(SW)저작권사 대표들과 정부관계자와의 간담회가 있었다. SW 저작권 보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SW 업계의 현실을 공유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법 제도 개선, 대국민 캠페인 추진 등 많은 의견들이 오갔다. 무엇보다 업계 입장에서는 불법복제 SW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계도와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새 정부도 같은 의견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공공기관ㆍ대기업의 저작권 인식과 이행 수준은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 단위로 내려오면 인식의 정도는 크게 떨어진다.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정품사용 독려만으론 한계
많은 사람들이 웹하드를 통해 영화 파일을 다운로드해 보고 SW를 불법복제해 사용하는 데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SW를 정품으로 구입해 사용하는 것을 억울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누군가는 SW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반박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가격이 높아서 구입하지 않는 것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백신이나 오피스 프로그램의 개인용 버전은 1만원대여도 구입하지 않는다. 이미 집에서 공짜로 쓰고 있다면 '0원'이 아닌 이상 그게 얼마이든 비싸게 여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SW산업의 발전은 없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불법복제에 대한 개개인의 불감증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집에서 공짜로 쓰다 보면 당연히 회사에서도 돈을 내는 것이 아깝다고 느껴지게 마련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비용지출 등 문제로 인해 정품 SW를 사용하는 것과 불법 SW를 사용하는 것 사이에 고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의 저작물에 대가를 지불하고 이용하는 것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지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옵션이 아니다. 간담회에서 어느 SW업체 대표는 "당신의 앞마당에서 공사를 하는데 포클레인을 훔쳐서 공사할 수 없지 않은가? 복제가 쉽다고 하나 SW불법복제는 포클레인을 훔쳐서 공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집중 단속으로 인식개선 이끌어야
최근 SW 저작권사들이 고객에게 계약된 내용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을 요구하는, 일명 오딧(Audit)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상호 계약에 따른 감사 요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저작권 보호 요구에 생소한 사용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 사용자인 기업도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저작권 보호 인식이 높아질수록 사용자도 SW에 대한 가치와 이해를 높여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후에 대처하는 종전의 사고와 습관을 버릴 때다.
결국은 인식의 문제다. 인식을 전환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정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계도와 단속이 함께 가야 한다. 처벌 없이 교육과 계도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집중 계도기간이 있으면 집중 단속기간도 있어야 한다. 특히 불법복제율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향후 SW 저작권 보호 움직임이 기업 스스로의 자율준수로 이동하도록 독려하려면 더욱 그러하다. 개인 인식도 개선되면서 기업에서도 당연히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보기술(IT)경쟁력이 최상위에서 중위권으로 급락한 데에는 SW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 소홀이 그 핵심 원인이었다. 늦게나마 새 정부도 SW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삼는다고 하고 삼성, KT 같은 기업들도 SW인재를 키우겠다고 하니 반갑다. 그동안 이 땅에서 SW산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불법복제라는 토양오염 때문이었다. 오염된 땅에서는 아무리 좋은 씨앗도 제대로 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