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은 무슨…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할 뿐이죠."
석가탄신일인 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는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로 가득 찼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분향소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분향소 입구는 조문하려는 줄이 오전부터 길게 늘어서 있었고 지하철 4호선 고잔역에서부터 운영되는 셔틀버스도 조문객들로 가득 찼다.
검은색 옷차림을 한 조문객들은 밝게 미소 짓고 있는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고 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라'는 추모의 메시지를 남겼다. 30대 조문객은 "평일에는 직장 때문에 올 수가 없어 오늘 분향소를 오게 됐다"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60대 조문객은 "영정사진을 보니 다들 너무 예쁘고 잘생겨서 더 눈물이 났다"며 안타까워했다.
해외에서의 추모도 이어졌다. 이날 추모 게시판에는 지난달 18일 방콕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추모기도회'에 참석했던 태국 시민 300여명이 작성한 추모 메시지가 걸렸다. 이들이 보낸 20m 길이의 흰색 천은 '하느님 다들 제발 살려주세요' '모두 집으로 돌아오시길 기도할게요' 등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메시지로 덮여 있어 조문객들의 가슴을 시리게 했다.
유가족들의 침묵시위도 계속됐다. 마스크를 쓴 10여명의 유가족들은 '어른들을 믿고 있었던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침묵시위를 벌였고 다른 유가족들도 '아이들이 하늘에서나마 다같이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사고 진상규명 해달라'는 심경을 담은 글을 조문객들에게 나눠줬다. 서명운동도 이틀째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분향소 출구에 '수습 및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 부스를 마련했고 시민들은 길게 늘어선 줄도 개의치 않은 채 서명에 나섰다. 서명을 마친 20대 조문객은 "뉴스만 봐도 분통이 터지는데 유가족의 심정은 오죽하겠느냐"며 "유가족분들이 바라시는 대로 꼭 진상이 규명되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장례지원단에 따르면 휴일이던 3~5일 동안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각각 3만4,821명, 3만8,737명, 4만2,355명으로 총 11만5,913명이다. 평일이었던 2일 조문객 수 2만8,000여명보다 6,000~1만4,000여명이나 많은 숫자다.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됐던 임시분향소를 포함하면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이날 오전까지 41만여명에 달한다. 이 밖에 전국 지자체에 마련된 131개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5일 기준 131만3,378명으로 집계됐다.
이날까지 합동분향소에는 학생 192위, 교원 4위, 일반인 24위 등 총 220위의 영정과 216위의 위패가 안치됐다. 학생 2명의 위패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안치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