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등 감소세 한풀꺾여 바닥탈출 조짐수출이 더 이상 감소하지 않을 것인가. 5월중 수출감소율이 6.9%로 주춤하자 수출경기가 하강국면에서 탈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지난 3월(-1.8%) 시작된 수출 뒷걸음질은 4월(- 9.9%)로 두자릿수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갔으나 5월 들어 감소세 진정이 뚜렷하다.
이에 정부는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기가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냉각된 수출엔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수출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등 특정지역과 정보통신(IT)제품에 편중된 수출구조를 단기간에 개선할 수 없는데다 외국의 수입규제 강화ㆍ국제유가 불안등 대외 여건도 악화되고 있어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주력 제품 수출액 감소세 둔화
5월 들어 수출 감소세가 한풀 꺾인 것은 주력 IT(정보기술)업종인 반도체ㆍ컴퓨터의 부진이 진정된데다 선박ㆍ플랜트ㆍ기계 등 전통 업종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또 그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철강과 석유화학ㆍ섬유류도 수출감소세가 줄어든 가운데 수출금액도 지난 4월보다 10~15%가량 증가, 바닥 탈출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IT업종의 내리막 경사가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는 점. 윤상직 수출과장은 "우리 수출구조는 반도체 경기에 극히 민감한데 반도체가격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미국과 유럽ㆍ일본등 선진국 수출증가율은 지역별로 7~9%감소에 그쳐 지난 4월의 마이너스10~12%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또 수출액이 늘어난 것을 경기 회복징후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수출은 3월 보다 19억6,000만달러 줄어들어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었으나 5월 들어 136억달러로 회복됐다.
◇하반기 수출 V자형 회복 난망
수출감소세는 2~3개월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 경기와 IT부문 수요가 되살아난다면 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가장 큰 근거로 인터넷 붐을 타고 급속히 팽창했던 컴퓨터 시장이 4ㆍ4분기 '업그레이드용 교체기'를 맞는데다 크리스마스 특수까지 겹쳐 회복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 경우 반도체ㆍLCDㆍ브라운관 수출도 동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방송개막등에 힙입어 디지털 가전도 하반기 수출증대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IT와 가전을 합친 전자ㆍ전기제품 수출비중은 전체 28%를 차지하고 있다. 또 철강과 유화등 전통제품 수출단가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다만 수출의 향배를 결정짓는 세계 경기는 기대만큼 회복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선진국의 통상압력, 개도국의 수입규제 움직임등 악재도 적지 않다.
또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는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비용상승으로 수출전선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오는 6일 총회에서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수출대책 어느 정도 탄력받을까
이번 수출대책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그 동안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무역 금융 개선을 수용한 것이고 두번째는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부상중인 벤처수출 업계의 지원이다.
정ㆍ재계 간담회 결과의 소산으로 나온 이번 규제완화조치는 마케팅 활성화 등 간접ㆍ소극적 지원책에서 수출기업을 직접 지원하기 위한 적극적 대책마련으로 선회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수출업계의 의욕을 살려 냉각된 수출동력을 다시 불지피고 수출분위기를 확실히 다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해외 현지금융 완화ㆍ수출환어음 매입확대ㆍ종합상사 부채비율 완화 등 규제완화는 무역금융을 활성화해 수출 여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이 금융기관 일선 창구에서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신용등급이 낮은 수출업체로서는 D/A한도 확대가 사실상 어렵다는게 현실이다.
또 코스닥 등록 우대등 우수벤처기업 육성책은 이들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로 미미하다는 점에서 수출증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올들어 5월까지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 2.2%에 불과해 올해 목표치(10.8%)달성은 하반기중 20%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타지 않는 한 어려울 전망이다.
권구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