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8일 이라크 수니파 반군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자 영국도 최정예 특수부대를 급파하는 등 이라크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수니파 반군이 미군 시설이 있는 북부 아르빌로 진격할 경우 언제든 추가 공습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수주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장기화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미국의 공습이 주변 수니파 아랍국을 자극해 전선이 확대되는 사태다. 이럴 경우 2008년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당시처럼 중동 전역이 전운에 휩싸일 수 있다. 수입 원유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생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다. 미국의 공습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주식시장이 23포인트 넘게 빠지는 등 금융시장이 잠시 흔들린 것도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중동 정세는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만큼 우리 경제에 민감한 변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면 우리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연간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0.03%포인트 떨어지고 물가는 0.14%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봤다. 유가 상승과 세계 경제 불안이 한국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살아나느냐 다시 가라앉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전에 없이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면서 주식·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국민들의 경기회복 기대감도 높다. 이런 상황에 터진 이라크 공습은 분명 악재다. 정부가 서둘러 파장을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유가 충격에 대비한 원유수급 대책을 세우는 건 기본이다. 사태 추이에 따라 비상대책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모처럼 살아난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