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은 판이하게 달랐다. 두 나라의 과정을 보면 얼마나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부양조치를 내리는지에 따라 장기불황을 겪는지, 불황의 기간을 단축하는지를 알 수 있다.
1차ㆍ2차 오일쇼크도 거뜬히 극복한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진 것은 정정불안에 따른 리더십 부재로 금융부실 정리, 세제개편 등 뼈아픈 구조개혁을 뒤로 미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3년 탄생한 비(非)자민당 연합정권은 10개월 만에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지만 자민당 역시 과반수 의석을 얻지 못해 사회당과 연정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좌파에서 총리가 나오는 등 96년까지 일본 정치권은 불황해결을 뒷전에 두고 정치 헤게모니 싸움에 열을 올렸다. 거품 붕괴 초기에 일본 정부는 정정에 휘말려 재정정책 수단 채택에 미적거렸고 일본은행은 경제여건이 호전될 것으로 믿고 금리인하에 주저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부시 행정부와 공조, 금융ㆍ재정 부문에서 신속한 경기부양정책을 쏟아냈다.
미국은 정보통신(IT) 버블이 꺼지는 초기단계부터 FRB가 공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 1년여 만에 콜금리를 6.5%에서 1%로 끌어내렸고 부시 행정부는 과단성 있게 감세정책을 취했다.
거품 붕괴에 따른 불황극복에 일본은 15년, 미국은 3년이 걸렸던 것은 초기 대응이 달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