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사랑’. 철수와 순이의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가 올 하반기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홀렸다. 송중기·박보영 주연의 판타지 멜로 영화‘늑대소년’은 지난 25일 600만 관객을 돌파, 한국 멜로 영화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개봉 5주차인 지금도 박스오피스 1,2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순항 중이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잠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제작자 김수진 영화사 비단길 대표(45·사진)는“비단길이 제작한 영화 중 최고 스코어가 만들어졌다”며 기쁨을 표했다. 영화사 비단길은 그간‘음란서생’‘추격자’‘작전’‘혈투’등을 내놓았고, 다섯 번째 영화‘늑대소년’으로 자체 최고 흥행 기록(504만·추격자)을 넘어서게 됐다. 함께 자리한 조성희 감독 (33·사진)은“영화가 흥행하려면 영화 자체뿐 시기적인 요소 등도 중요한데, 영화 외적으로 복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조 감독 모두 흥행의 공(功)을 배우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조 감독은“중기 씨에겐 동선만 주문했고, 캐릭터와 세세한 감정은 그 스스로 창조했다. 중기 씨는 타성에 젖어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다. 연출자가 돌발적인 주문을 해도 뭐든 잘 알아듣고 표현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김 대표는“캐스팅할 20대 여배우가 흔치 않은데, 보영씨가 극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며 말을 보탰다.
영화가 뭇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데에는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충무로의 신인 감독, 숨은 진주를 발견해낸 제작자의 선구안도 한 몫 했다. 조성희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25기 출신으로, 첫 단편영화‘남매의 집’으로 2009년‘미장센 단편 영화제’ 대상을 받은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중편‘짐승의 끝’으로 밴쿠버영화제 경쟁부문과 로테르담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각각 초청받은 기대주였다.“‘남매의 집’을 보고 대단한 연출적 재능을 읽었다”는 김수진 대표는“특히 대사나 장면 사이 침묵과 정적을 잘 활용하는 독창성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감독의 연출력을 높이 산 김 대표는 조성희 감독과 손을 맞잡았다. 감독이 영화학교 재학 당시 쓴 장편 트리트먼트(시나리오와 시놉시스의 중간단계)를 끄집어냈고, 대중적 기호들이 가미되면서 판타지 멜로‘늑대소년’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왔다.‘늑대소년’은 조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처음 내딛는 걸음에 부담과 초조함도 있을 터. 감독은“시나리오 회의부터 촬영, 이후 후반작업을 하면서 김 대표의 굉장한 열정을 읽었고 거기에 오히려 많이 의지했다”고 회고했다.
제작자의 안목과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합을 이뤄 빚어낸 영화‘늑대소년’은 일반적인 멜로 영화와는 다른 결로 사랑의 감정을 전달한다. 조 감독은“멜로 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단순히 남녀가 만나 사랑하는 것 보다는 좀 더 넓은 의미”라며“가족 혹은 친구로서의 관계, 가르침을 주고 받는 관계에서 후에 남녀 간 애정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교감’에 중점을 두고 보다 넓고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시간을 초월한 사랑도 가능케 한 순수한 사랑의 판타지를 단 세 글자로 응축한‘기다려’라는 말이다. 조 감독과 김 대표는 “‘기다려’라는 대사는 극 중 철수와 순이 관계의 시발점이자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정서”라고 입을 모았다. 극 중 소녀 순이가 남긴‘기다려’라는 말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눈 밭에서 맨 손으로 눈 뭉치를 굴리는 엔딩 크레디트 속 철수의 모습을 보며 관객은 괜스레 뭉클함을 느낀다.
‘세상에 없던 사랑’이란 카피 문구 그대로 완벽한 순애보를 그린‘늑대소년’은 12월 중 감독판(확장판)으로 또 한 번 관객을 찾는다. 조성희 감독은 현재 새로운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라고 했다. “‘늑대소년’보다는 무거운 주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수진 대표는 또 한 번 조성희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웹툰 ‘기사도’의 판권을 사서 영화로 준비 중이고, 조성희 감독의 차기작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