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악몽 딛고…소녀가 웃었다

제2 조두순 사건 피해자 '용감한 어린이 상' 받고 힘 얻어

'제2010-1호, 위 어린이는 자신을 사랑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으며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혼내줄 수 있는 용감한 마음이 있어 이 상을 수여합니다.' 백설처럼 하얀 소녀가 웃었다. 세상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일주일 만에 되찾은 소중한 웃음이다. 생각지 못한 작은 상장 하나 덕에 온 가족은 모처럼 행복했다. 14일 오후 6시 한국일보의 첫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제2 조두순 사건' 피해자 A(8)양이 입원해 있는 병실. 제복을 입은 한 여경이 격식을 갖추고 상장을 낭독했다. A양에게 수여하는 '용감한 어린이상'이 전달되는 순간 침대 주위에 도열한 여경 3명과 엄마, 아빠, 동생이 박수를 쳤다. 침대에 누워있던 소녀는 상체를 일으켜 두 손으로 "고맙습니다"라며 상장을 받아 들었다. 얼굴엔 환한 웃음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사건(7일) 이후 낯선 이에겐 말도 건네지 않던, 늘 멍하게 누워있던 소녀가 세상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뗀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동생이 부러운 듯 상장을 보여달라고 보챘다. 소녀는 상장을 꼭 움켜쥔 채 놓지 않았다. 이날 깜짝 상장 수여식은 성폭행피해자를 전문적으로 돕는 원스톱지원센터 여경들의 아이디어로 마련됐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한 피해자 진술을 듣기 위해 소녀를 만나야 했던 여경들은 행여 아이가 다시 악몽을 떠올리고 힘들어할까 봐 걱정했다. A양의 아버지(41)가 "우리 딸, 잘하면 선물 사줘야지"라고 말하는 걸 들은 여경들이 선물로 상장을 준비한 것이다. 상장엔 올해 처음 줬다는 의미로 '제2010-1호'라고 표시했고, 원스톱지원센터장의 직인이 찍혀있었다. A양의 아버지는 "어린 딸이 범죄현장에서 도망쳐 나와, 범인이 사는 곳을 대강 알려주고, 경찰 진술도 겁먹지 않고 차근차근 잘 했다"며 "너무 대견하고 상을 받을 만하다"고 기뻐했다. 17일 병실을 찾았더니 상장은 소녀의 머리맡 오른쪽 책상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잠이 들 때 꼭 확인하고, 가끔 몇 번씩 읽어볼 만큼 자랑스러워 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딸이 여전히 말수는 적지만 상장을 볼 때마다 미소 짓는다, 아이가 웃는 걸 참 오랜만에 본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꼭 이 말을 실어달라고 했다. "경찰 여러분이 사건 다음날 새벽에도 전화를 하시고 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상장 하나가 작은 기적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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