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주공 통합 전제돼야 현실화

[주택청 신설방안 떠오른다] 싱가포르 국민 85%가 '주택청' 공급주택서 살아…인력 구조조정·정부조직 비대화 반발등도 걸림돌
단기 주공역할 강화 - 중장기 주택청 신설 가능성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공공 부문의 역할확대’가 오는 8월 부동산대책의 골간이 될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때 맞춰 판교뿐 아니라 파주 등 다른 신도시에도 공영개발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열린우리당과 정부 일각에서 부정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지만 공영개발 확대는 대세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가칭 ‘주택청’을 신설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공영개발 확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주도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과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싱가포르의 ‘주택개발청(HDB)’. HDB를 벤치마킹해 별도의 조직을 신설하자는 주장은 참여정부 초기부터 청와대는 물론 관계부처 사이에서도 꾸준히 제기돼왔던 논제다. 정부 내에서도 관련 자료는 충분히 축적돼 있어 ‘한국형 주택개발청’을 설립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HDB는 택지의 구입과 개발ㆍ건축ㆍ분양ㆍ관리 등의 전 과정을 통제하며 공공주택을 보급하고 있다. 가격도 민간주택보다 45% 정도 싼 값에 책정하고 있다. 중ㆍ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싱가포르 국민의 85% 정도는 ‘HDB 주택’에 살고 있다. 주택청 설립방안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이 전제돼야 한다. 두 공사의 통합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98년 8월. 5년 가까이 진행됐던 통합문제는 결국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없던 일’이 됐다. 통합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외견상 이유였지만 실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칫 벌집만 쑤실 수 있다는 논리였다. 경제적 요인보다는 정치적 논리가 더 작용한 셈이다. 하지만 수도권의 땅값과 집값이 급등세를 타고 있는 지금,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공공 부문의 역할확대를 들고 나온 이상 이를 관리할 ‘힘있는 조직’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주택정책이 임기응변식으로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주택청을 신설, 적어도 20~3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일관된 마스터플랜을 짜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걸림돌은 있다. 무엇보다 토공과 주공이 안고 있는 빚이 문제다. 지난해 말 현재 주공의 부채는 17조원에 이르며 토공도 10조원에 달한다. 조직을 신설하는 데 따른 반발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직의 비대화라는 논리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는 HDB 신설방안과 함께 현행 주택공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또 다른 대안으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토지공사는 주택단지 등 모든 택지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주택공사는 주택단지 개발 외에 아파트 분양 및 임대주택 관리 등을 맡고 있다. 주택공사가 싱가포르의 HDB와 같은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단지 개발의 전권을 주공에 부여, 이 기관을 통해 택지조성과 아파트 분양 등을 총괄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두 가지의 대안을 배합한 ‘단계적 신설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주공의 역할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한국형 주택청’을 신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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