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 넣어도 연장전은 간다. 18번홀 퍼팅할 때 손이 덜덜 떨리길래 스스로 주문을 걸었어요.”
지은희는 마지막 퍼팅을 앞두고 마음을 몇 번이나 다잡았다. 162㎝의 작은 체구지만 중요한 순간에 겁을 먹는 ‘새가슴’은 아니었다. 가볍게 밀어친 볼은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지은희가 불과 2번의 도전 만에 US여자오픈 우승컵을 품에 안는 순간이었다.
이날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갑자기 목이 뻣뻣하고 통증도 느껴져 마사지를 받을 정도였다. 10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뒤 선두와 3타 차로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며 “안 될 때도 있지만 또 갑자기 잘될 때도 있는 게 골프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결국 대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최근 8.5도에서 7.5도로 드라이버를 바꾼 뒤 런이 많이 생겼다”는 그는 “거리는 260야드가량 나간다”고 말했다. 미국인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크리스티 커와 함께 챔피언조로 경기를 펼쳤지만 지은희에게 부담은 없었다. “교민들이 많이 응원해줬어요. 커와는 평소에도 잘 지내고 캐디들도 서로 친해 오히려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어요.” 그는 14일 일시 귀국했다가 2주 뒤 열리는 에비앙마스터스에 출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