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IP(인터넷 프로토콜) 공유를 월 5천원에 허용키로 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1가구 다PC' 시대에 가구당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네티즌과 시민단체들은 IP 공유를 금지하는 KT의 이용약관이 홈네트워크 등 차세대 유비쿼터스 사업 전략과 모순되는 방침인 만큼 요금체계의 합리적인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KT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IP 공유기에 추가로 연결하는 단말기마다 대당 월 5천원의 이용료를 부과하는 '추가단말 서비스'를 출시했다.
IP 공유기는 하나의 공인IP를 최대 수백개의 가상IP로 분할해 다수 PC에서 인터넷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장비로 KT는 사전 약정없는 IP 공유를 금지해왔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KT의 이번 조치가 '1가구 다(多)PC' 시대에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침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초고속인터넷 사용자 모임인 '비씨파크(www.bcpark.net)'가 지난 6월6일부터 15일까지 네티즌 1천7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PC를 1대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전체의 36.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36.9%로 가장 많았으며 3대 15.1%, 4대 5.5%, 5대 이상이 5.6%로 각각 집계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가정에서 자녀들이 PC를 독차지하고 있어 흔히 부모들은 추가로 구형 PC에 IP 공유기를 연결, 간단한 e-메일 확인 등을 하고 있다"며 "공유기를 쓸 때마다 5천원을 내야 한다면 KT는 막대한 추가 수익을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집에서 두대의 PC로 인터넷을 이용할 경우 가입비나 모뎀 임대료 등의 부대비용을 제외하고 인터넷 이용료만 한달에 기존 3만원 가량에서 3만5천원을 내게 돼 가구당 통신요금 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월 5천원을 내도 IP가 추가로 발급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터넷 회선을 정해진 트래픽 한도 내에서 나눠쓰는 '공유' 형태가 되는 만큼 공유기 사용이 요금 부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PC뿐 아니라 TV 등의 가전기기에도 인터넷을 연결하는 '홈네트워크 서비스' 등 차세대 유비쿼터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IP 공유를 막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네트워크 접속을 제한하는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비씨파크 박병철 사장은 "IP의 숫자 자체가 편법적으로 증설되는 '허브' 등의 장치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제한 수단이 없다"며 "일반 개인이 할당받은 트래픽 한도 내에서 자유로운 단말 형태로 회선을 나눠쓰는 것에 대해 추가 요금을 부담해야 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KT는 이에 대해 "IP 공유기를 이용할 경우 트래픽 과다, 장비 고장 등이 잦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설비 보수ㆍ증설 등 투자비용이 추가로 드는 만큼 IP 공유는 과금 대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KT는 최근까지 IP 공유기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져 '자발적으로' 월 5천원을 내는 '추가단말 서비스'가 실효성이 있을지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