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혼란과 달리 26일 외환시장은 안정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시장 불안」이라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환율에는 아직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날 오전 환율이 소폭 상승했으나 이는 국내 금융시장 불안보다 시장 내부의 수급요인에 따른 미세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위안화 평가절하, 세계증시 동반 하락,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재료가 달러 가치를 높힐 수 있는 요인으로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경우 달러 반출을 위한 수요가 늘어나 원화 환율이 오를 가능성은 남아 있다.
삼성금융연구소 정기영 소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외환시장 쪽에서 먼저 발생한 반면 이번의 금융시장 위기는 주식과 채권시장 불안에서 촉발된 것』이라며 『외환시장은 대우그룹 문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 시장에서 별다른 파급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외환시장은 달러당 1,210원을 중심선으로 안정적인 오르내림세를 반복중이다.
외환 딜러들은 대우 문제보다는 수급요인에 따라 당분간 원화가치 하락, 즉 환율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그동안 증시에서 내팔은 주식매도분을 달러로 바꿔 본국에 송금하려는 수요가 약 1억달러 가량 기다리고 있는데다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SK테레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원화 사자 수요가 지난주 완료되는 등 원화 수요는 줄고 있어 환율의 지속적 상승이 예상된다.
그러나 외국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이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초단타성 거래로 일관하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우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한 불안심리가 외환시장에서도 확산되며 환율이 속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또 대우문제가 정부의 기대와 달리 쉽게 풀리지 않거나 중국위안화 평가절하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환율이 덩달아 급등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외환딜러들은 아직까지 달러로 환전되지 않고 있는 외국인 투자매각 자금 약 1억달러가 언제, 얼마나 빠른 속도로 빠져 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자금이 급속히 나갈 경우 외국인들이 한국 금융시장 위기를 벗어나는 징후로 진단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권홍우 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