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에서 실제 신용등급보다 고평가 받는 기업들이 10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업들은 '내재신용등급'으로 불리는 BIR(Bond Implied Rating)가 실제 신용등급보다 더 높은 공통점이 나타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회사채·여전채·캐피털채·공사채 등을 발행한 기업들 중 실제 신용등급보다 BIR가 더 높은 기업이 98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하이닉스(000660)(AA-)·LG유플러스(AA)·CJ제일제당(097950)(AA)·LF(093050)(AA-)·CJ오쇼핑(035760)(AA-) 등은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BIR가 실제 신용등급보다 세 계단 이상 높다.
실제 신용등급인 'AAA'에 미치지 못했지만 실제 가격은 'AAA'와 같은 가격으로 거래됐다는 얘기다. 시장 내에서의 상당한 점유율,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 등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BIR는 기업의 회사채 금리 수준을 통해 신용등급을 유추한다. 원리금 상환 가능성, 발행자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평가가 유가증권의 수익률과 금리 차이(스프레드)에 반영돼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국고채금리와 개별 기업의 회사채금리 차이(크레디트 스프레드)를 토대로 결정되며 이것을 국고채금리와 회사채 신용등급별 민평금리 차이와 견줬을 때 더 낮게 형성되면 BIR가 실제 신용등급보다 높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국고채 3년물과 신용등급이 'AA'인 LG유플러스의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16.5bp(1bp=0.01%포인트)다. 통상 신용등급 'AA' 회사채의 민평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차이는 26bp다. 심지어 통상적으로 신용등급 'AAA' 회사채 민평금리와 국고채금리의 차이인 18.7bp보다도 낮다. 스프레드가 클수록 회사채 금리가 높은 것이기 때문에 LG유플러스의 회사채가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LG유플러스의 회사채를 사실상 신용등급 'AAA'로 간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황수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BIR는 스프레드 변화에 따라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지표이기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이 1년에 한 번 내놓는 정기신용평가보다 신용등급 관련 요인을 더 빠르게 반영한다"며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적은 기업들은 실제 신용등급보다 시장에서 높게 평가 받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