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조각 '마망'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 별세

여성 본연의 감성을 표현하며 젊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프랑스 출신의 미국 여성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가 지난달 31일 숨졌다. 향년 98세. 루이스 부르주아 스튜디오의 웬디 윌리엄스 이사는 부르주아가 지난달 29일 밤 심장마비 증상으로 뉴욕의 베스 이스라엘 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부르주아의 대표작 중 하나로 거대한 어미 거미를 형상화 해 모성을 상징한 청동 조각상 '마망(Maman)'은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등에 설치돼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부르주아는 1911년 프랑스 파리의 태피스트리 갤러리를 운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8살 때부터 드로잉 작업에 참여하며 일찌감치 예술적 재능을 연마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이들의 가정교사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어린 시절 부르주아는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어머니마저 사망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 어머니에 대한 연민 등이 부르주아의 예술적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아버지와의 고통스러운 관계는 1974년 설치미술 작품 '아버지의 파멸'로 표현됐다. 생전 부르주아는 "나의 모든 영감은 내 삶의 한순간에 자리 잡은 어린 시절, 교육, 프랑스에서 나온다"고 술회한 바 있다. 부르주아는 1938년 미국인 미술사학자와 결혼하면서 뉴욕으로 이주했으나 60살 가까이 되도록 무명 시절을 보내다 1970년대 들어서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82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회고전을 여는 등 최고의 페미니즘 작가로 명성을 쌓았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부르주아는 양탄자 무늬 도안을 그리던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초기 격자무늬와 원, 평행선 등을 소재로 했으나 최근에는 자연과 모성, 여인 등의 이미지를 모티프로 삼아왔다. 한편 부르주아는 100살 가까운 고령에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은둔생활 속 작업에 몰두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난 2월에는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는 꽃과 모성을 주제로 한 부르주아의 네 번째 개인전이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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