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조기 금리인상 논쟁 불붙었다

美 실업률·인플레 연준 목표치 도달
6월 실업률 6.1%로 6년래 최저 "경기 회복 빠를 것" 낙관론 힘얻어 내년 1분기 인상 전망 이어져
다우지수 첫 1만7,000선 넘자 "올해 2만 돌파" vs "위험 수준" 증시 버블 논쟁도 격화


미국의 지난 6월 고용지표가 깜짝 호조를 보이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만7,000선을 돌파함에 따라 조기 기준금리 인상과 증시거품 여부를 놓고 월가가 불꽃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미 노동부는 3일(현지시간) 6월 실업률이 6.1%를 기록하며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9월 이후 6년여 만의 최저치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인 6%에도 바짝 다가섰다. 비농업 부문 일자리도 6월 28만8,000개가 늘면서 시장 예상치인 21만2,000∼21만5,000개를 크게 웃돌았다.

이 때문에 미 경기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6월 고용지표는 2·4분기 성장률이 4%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명백한 신호"라고 전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2.1%로 역시 연준 목표치인 2.0%를 웃돌았다.

이처럼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모두 연준 목표치에 도달하면서 조기 기준금리 인상설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미쓰비시UFJ의 크리스 러프키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별처럼 빛나는 6월 지표는 고용 시장 개선의 증거"라며 "연준이 내년 3월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RDQ이코노믹스의 존 리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자신이 만든) 포워드가이던스를 따르지 않는다면 경제지표에 따라 통화정책을 편다는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내년 1·4분기 기준금리 인상설에 힘을 실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도 6월 고용지표가 나온 뒤 금리인상 예상시점의 기준을 내년 3·4분기에서 2·4분기로 앞당겼다. 로이터는 "연준 금리 추이를 예고하는 연방기금선물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내년 6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58%로 하루 전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다수 월가 전문가들은 6월 고용지표가 기준금리 조기인상을 견인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통계는 호조를 보였지만 노동참가율이나 장기실업자·임금인상률 등 실질적인 노동시장 개선이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경제가 2007년 금융위기 이전의 정점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며 "정규직을 원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근로자를 더하면 실질 실업률이 12.1%에 이르고 지난 1년간 임금 상승률도 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국제경제연구 공동소장인 에단 해리스는 "기준금리 인상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은 있지만 연준 위원들이 입장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바클레이스와 HSBC도 당초 전망 시점인 내년 6월과 내년 3·4분기를 각각 유지했다.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운영책임자(CIO)도 이날 "연준은 고용증가보다 임금상승 여부를 더 중시할 것"이라며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금이 3%는 올라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칼자루를 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기회만 되면 조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옐런 의장은 전날에도 "(주가 거품 등) 금융안정 우려에 대처하기 위한 통화정책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면서 버블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54% 오른 1만7,068.26으로 마감하며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14번이나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55% 오른 1,985.44를 기록했다. 이처럼 증시가 파죽지세로 오르면서 월가 투자가를 중심으로 장밋빛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소비·고용 등 미 경제 회복세가 3·4분기부터 본격화하면서 기업 실적개선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뉴욕에 위치한 페더레이티드투자의 필 올랑드 수석 주식시장 전략가는 "S&P500지수가 조만간 2,000선을 뚫을 것이며 올해 말에는 2,100선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도 최근 "저금리 지속 등에 힘입어 다우지수가 올해 안으로 1만8,000선은 물론 2만선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반면 미 증시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최근 자신이 만든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에 따르면 S&P500지수가 실적의 26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CAPE가 25배를 웃돈 경우는 1929년 대공황,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2003~2007년 주택 버블 시기 등이었다. CNN머니도 최근 저금리에 중독된 투자가, 값비싼 밸류에이션, 경제 성장률을 앞지르는 주가, 기업 경영진의 실적전망 하향 등이 증시과열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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