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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3월 16일] 건보 적자 어떻게 풀까
정형선 (연세대 교수ㆍ보건행정학)
건강보험 운영의 단골 레퍼토리가 또 반복되고 있다. 적자 타령이다. 최근에는 공무원연금 적자와 함께 두 제도가 곧 와해될 듯 보도되고 있다. 도대체 건보적자가 그렇게 문제되는가. 그리고 그것이 공무원연금의 적자와 같은 성격의 것인가. 이들 제도에 대한 국고지원액이 곧 적자를 의미하는 것인가. 모두 아니다.
국고지원은 건보 수입 일부
건보는 1년을 단위로 운영되는 단기보험이다. 그해 거둔 보험료로 그해 보험급여를 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적자 또는 흑자란 보험료 수입과 보험급여 지출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건보재정의 적자는 보험료를 올리라는 신호다. 보험료를 더 올리지 않으려면 보험급여액을 줄이면 된다.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보험급여가 적정한지에 대한 판단 내지 합의이며 이것이 결정되면 걷어야 한다. 보험료율은 계산의 문제다. 물론 이러한 관계 사이에는 보험급여의 규모를 결정하는 수가수준, 의료이용량의 변화가 개입되기 때문에 그만큼의 복잡성은 띠게 된다.
보험료율을 마냥 올릴 수 있는 것인가.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돈을 더 내라고 하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다. 봉급쟁이들은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감추고 보험료를 줄이는데 자기들만 유리지갑이라고 불만이다. 자영업자들은 봉급쟁이는 봉급에서만 보험료를 내는데 자기들은 자산과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부과한다고 아우성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부담을 부당하게 많이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의 보험료율 5.33%는 최소한 우리나라가 속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최저이자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필자가 살았던 프랑스에서는 공적 건강보험료율만 해도 봉급의 14% 정도이고 보충보험 등을 합치면 20%에 가까웠다. 한국 사람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금액을 이들은 당연하게 지불한다. 아무리 중병에 걸려도 의료비지출로 가계가 붕괴되는 일이 없는 것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법에 정한 국고지원을 하지 않고 보험료에만 의존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워낙 낮으니까 국고지원이라도 늘려서 보장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국고지원 자체가 건보의 적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고지원은 애당초 건보 수입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이고 정부가 건강보험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이다. 법에 정해진 국고지원율은 사후정산을 통해서라도 지켜야 한다.
OECD의 사회보험국가들도 국민의료비의 평균 17%를 국고에서 부담하는데 우리는 12%에 불과하다. 그러나 같은 부담이라도 일반적인 세금보다는 건강보험료라는 용처가 정해진 세금(earmarked payroll tax)이 낫다. 돈의 용도가 분명해야 내가 낸 돈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는지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 취약계층 부담
우리나라는 사회 전체가 사전적으로 모은 돈으로 아픈 개인의 현재 의료비를 부담해주는 방식을 확립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문제는 그러한 부담수준이 6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율을 높여야 한다. 건강보험료는 직장인이 10만원을 내면 고용주도 10만원을 내고 정부는 4만원을 내는 구조다. 이 중 운영비 등으로 쓰이는 1만원을 제외한 23만원이 보험급여로 돌아온다. 이는 보험료로 10만원을 내면 그 중 운영비ㆍ주식배당 등으로 사용된 돈을 빼고 7만원을 보험금으로 받게 되는 민간보험과 대조된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매달 건강보험료로 3만원을 쓰고 민간보험료로 12만원을 쓰고 있다. 물론 건강보험료 인상에는 사회취약계층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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