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 펠츠, 새 타깃은 BNY멜런

지분 10억弗 매입 경영개입 선언
부실 사업부 정리 등 요구할 듯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72·사진)가 BNY멜런은행 주식을 매입하며 경영권 개입을 선언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금융계 진출은 매우 드물지만 펠츠는 벌써 네 번째 시도다.

펠츠가 이끄는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조만간 BNY멜런 측과 만나 은행의 장기성장 및 주주이익 증대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헤지펀드는 같은 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BNY멜런 지분 2.5%(2,890만주)를 보유한 사실도 공개했다. 10억5,000만달러(약 1조621억원)에 상당하는 액수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기업 지분의 5% 정도만 쥐고 대주주와 합세해 임원교체·주식환매 등을 밀어붙이며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격적 투자자들이다. 트라이언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부실사업부 분리나 이사회 의석을 요구하지 않겠냐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BNY멜런은 기원이 1784년 뱅크오브뉴욕 설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미국의 가장 오래된 은행이다. 27조9,000억달러의 자산을 수탁하고 있는 세계 최대 예탁은행이기도 하다. 예탁은행은 기업·소매금융 같은 상업은행 업무보다 위탁받은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BNY멜런은 최근 수익성 하락 압력에 직면해 주주들로부터 이사진 교체 및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금융사, 특히 월가 대형은행에 투자하는 일이 별로 없다. 월가 은행은 SEC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엄격한 감독을 받고 있어 경영간섭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펠츠는 꾸준히 금융사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2011년에도 또 다른 대형 예탁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의 구조조정을 시도했다가 물러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투자은행(IB) 라자드를 압박해 최고경영자(CEO) 급여삭감을 이끌어냈으며 올 들어서도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레그메이슨의 사업부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펠츠는 2005년 트라이언을 설립한 뒤 식품 대기업인 하인츠·크래프트푸드·몬델레이즈·펩시코는 물론 산업용 기계로 유명한 잉거솔랜드, 화학기업 듀폰 등에 투자해 이름을 날렸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4억3,000만달러를 벌어 헤지펀드 매니저 가운데 16번째로 많은 수입을 기록했다. 영화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여주인공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할리우드 여배우 니콜라 펠츠가 그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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