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작업을 다시 시작했지만 '흥행실패' 우려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비밀유지동의서(CA)를 제출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언제든 인수전 불참을 선언할 수 있는데다 국내 금융회사는 아예 '보이콧(거부)'을 선언해 매각작업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간만 보는' 외국계 금융사=21일 서울경제신문이 확인한 결과 외환은행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보낸 인수합병(M&A) CA를 제출한 곳은 지금까지 스탠다드차타드(SC)와 홍콩상하이은행(HSBC), 맥쿼리, 호주뉴질랜드은행(ANZ),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외국계 금융사들이 CA를 제출한 것은 강력한 인수 의지가 있어서라기보다는 한국 금융시장 재편 동향과 외환은행 경영 상황 등을 엿보기 위한 '점검용'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이번 미국 SEC의 기소사건으로 외환은행 인수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이유로 중도에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도 1·4분기 실적악화로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2007년 최종 인수가 결렬된 HSBC도 재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SC는 일단 한발 물러서 매각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또 맥쿼리나 ANZ도 한국에서 '대규모 딜'에 참여한 경험이 없어 이번 인수전을 '학습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현재 한국 금융권 M&A, 특히 우리금융 민영화에 관심이 있어 한국 진출 여부에 대한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외환은행에 CA를 제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관심 멀어져…심사표류 가능성도=론스타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 정부의 관심이 멀어졌다는 점이다. 국내 은행들이 인수전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정부 주도의 M&A에 참여할 수 있지만 현재는 정 반대의 상황이 발생해 금융시장 재편에서 외환은행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개입찰에서 그동안 인수에 직·간접적으로 관심을 보인 국내외 투자가들을 솎아내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포함해 정부의 금융시장 재편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설득을 얻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미국의 한 사모투자펀드(PEF)의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우리금융 민영화 이후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