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도 못간 9·1대책 약발] 집값상승 기대 낮은데… 세 혜택 없고 부동산법 통과도 불투명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관련법안 국회처리 지연
강남재건축 고무줄 가격… 투자자들 추격매수 안해 신규분양에만 수요 쏠려

''9·1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타던 아파트값이 석 달도 되기 전에 다시 가라앉고 있다. 9·1대책 이후 전용면적 76㎡의 매매가가 9억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투자자들이 예전처럼 오르는 가격을 끝없이 따라가지 않고 딱 자신이 생각하는 가격에서만 매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9·1대책에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많이 담겼지만 법안이 실행되기까지 지켜볼 정도로 정부 발표에도 내성이 생겼습니다. 그나마 저금리 상황이 투자자들을 부동산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지만 세계 경기가 침체되거나 고금리로 돌아서게 될 경우를 우려하는 이들이 상당수입니다."(반포동 명가부동산의 박순애 대표)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휘청이는 현상은 9·1대책의 동력이 다한 결과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9·1대책발 반짝효과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여전히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 투자심리를 부채질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강북권 역시 전세난과 대출규제 완화책이 맞물리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단기간에 오른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매수세가 늘어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 재건축 고무줄 가격에 관망하는 투자자=특히 강남권 투자자의 경우 과거 등락을 거듭하던 재건축단지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섣불리 추격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9·1대책 발표 이후 지난달에 잠실주공5단지·개포주공 등 대표적 재건축 추진 단지의 호가가 올랐지만 추가 상승여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 투자자는 오히려 최근 시세 하락 움직임을 살피며 가격이 더 떨어질 경우 매입에 나설 시기를 따져보고 있다는 게 중개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잠실주공5단지 82㎡(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올 초 13억원이었던 시세가 2·26대책 이후 1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고 9월 13억원까지 반등했다가 다시 12억4,0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투자자가 몰리는 대표적인 단지로 정부대책이나 경기 동향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셈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76㎡ 역시 9월 중순 9억원을 돌파했지만 최근 8억6,000만원까지 떨어져 여름 비수기 수준으로 돌아갔다. 개포동 주공1단지 42㎡도 4월 6억9,500만원에서 9월 7억2,000만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6억6,500만원으로 떨어졌다. 개포동 J공인 관계자는 "재건축한 새 아파트의 희소성이 예전보다 낮아 분양 이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며 "투자성을 높이기 위해 초기 매입가를 낮추려는 시도가 많아 가격이 더 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제 한시혜택 없고 부동산법 통과 불투명=2012년과 2013년의 경우 연말에 종료되는 세제혜택이 있어 거래량이 반짝 늘어나는 '막달효과'가 있었다. 2012년에는 취득세 인하혜택을 한시적용했고 2013년에는 4·1대책의 일환으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취득세 면제, 1가구 1주택자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 주택 구입시 양도세 5년 비과세혜택 등이 주어지며 막판 거래 증가를 유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한시혜택마저 없어 거래 및 가격 강세가 이어지기 힘든 상황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작 시장에서 바라던 부동산법안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9·1대책의 효과 지속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 등 지난해부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안들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며 투자자들의 피로감을 쌓이게 하는 상황이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 투자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야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에서 제외되지만 관리처분 신청을 앞둔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이 몰려 있어 조합의 계획대로 연내 통과가 가능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잠원동 Y공인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재건축 부담금을 정확히 산출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초과이익 환수에 대한 우려가 매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위축될 경우 겨우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에만 쏠리는 수요=재건축 투자수요든 일반 아파트 매매전환이든 새 아파트에만 주목하는 것도 기존 주택거래 및 시세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앞으로 신규 택지지정이 중단되고 청약 1순위자가 내년부터 늘어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신규 분양에만 수요자들이 몰려 기존 주택시장과 분위기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과 위례신도시뿐 아니라 수도권 여러 단지에서 1순위 마감이 잇따를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기존 주택시장의 수요층이 얇아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기존 주택 시세가 단기간에 오른 데 대한 부담감이 큰데다 미래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초기 투자자금이 적은 분양시장에 몰린 것"이라며 "기존 주택 구입보다 연내 유망단지에 청약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이 우세한 만큼 기존 주택시장과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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