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하자금 관리자” 황당 사기로 12억 가로채

전·현직 대통령의 비밀조직을 총괄하는 권력기관에 몸담고 있다는 거짓말로 투자자를 유인해 거액을 뜯어낸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비선 권력기관 총재’ 등을 사칭한 뒤 투자금 명목으로 12억여원을 뜯어낸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총책 박모(55)씨를 구속하고 자금관리책 류모(50)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고액 채권과 금괴 등의 처리비용을 대주면 큰돈으로 돌려주고 미얀마 등 해외 건설 사업권도 따주겠다”고 속여 사업가 3명으로부터 93차례에 걸쳐 12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은 피해자들에게 5,000억엔권 위조채권과 금괴증서 등을 보여주며 “채권을 처리하려면 국가정보원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경비가 필요하다”며 투자를 유인했다. 이 제안은 “하루 만에 투자금의 10배로 돌려주겠다”, “5억원을 맡기면 3일 안에 30억원을 주겠다”는 등 비상식적이었지만 피해자들은 거짓말에 속아 돈을 맡겼다.

이들은 피해자들과 함께 미얀마를 방문한 뒤 현지에서 섭외한 가짜 정부관계자를 보여주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박씨는 자신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대통령 비자금 관리자라고 소개하며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 금융기구보다 영향력을 행사하며 큰돈을 움직인다”는 등 허언을 늘어놓았고 공범 류씨 등은 그를 ‘총재님’이라 부르며 바람을 잡았다.

사기죄로만 최대 8번의 처벌을 받는 등 모두 사기전력을 가진 이들은 서로 사기를 치고 당하며 알게 된 사이였다. 이들은 이렇게 번 돈을 사기 행각으로 갚아야 하는 합의금이나 공탁금 등으로 돌려막기 했고 강남의 특급호텔에 머물며 호화생활을 하기도 했다. 박씨는 경찰에게 붙잡힌 뒤에도 “‘어르신’한테 곧 전화가 올 것”이라며 “밖에 나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달아난 공범 임모(48)씨 등 2명을 지명수배하는 한편 이들의 여죄를 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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