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각급 법원도 잇따라 2주간 ‘휴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판사들은 2주간 느긋하게 노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 지지부진 했던 이른바 ‘깡치사건’을 들여다 보느라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8일부터 2주간 휴정에 들어갔고, 서울고등법원은 3주간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휴정 기간에는 긴급하거나 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 및 가처분 사건, 구속영장실질심사 등을 위한 재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민사와 행정재판, 조정 및 화해, 불구속 형사사건 등의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판사들은 이 때를 활용해 머리도 식힐 겸 가족들과 함께 달콤한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2주간 달콤한 휴가 보낼 것” 이라는 지레짐작은 금물. 오히려 법원 판사들은 “휴정기간이 더 머리아프다”고 말할 정도다. 휴정기간에는 업무의 부담이 조금 덜어지기는 하지만, 판사들은 이 기간 동안 이른바 ‘깡치사건’을 검토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깡치사건은 ‘양측의 주장이 대립돼 관련 수사자료가 수천 페이지를 넘어가는 등 처리가 쉽지 않은 사건’을 일컫는 법조계 용어다. 판사들은 평소 다루기 부담스러웠던 ‘깡치사건’을 휴정기간을 이용해 검토하고 선고를 준비하는 것이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휴정은 권고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판사들은 이틀정도만 쉰 뒤 주요 사건의 선고를 준비한다”며 “2~3주 간의 휴정기간이 끝나면 사실관계가 복잡한 각종 사건에 대한 선고나 공판이 본격적으로 줄을 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휴정기간이어도 실제로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은 부지기수다. 서울지법의 경우 휴정기간인 지난주에도 주요 선고 재판이 진행됐고, 고법도 당장 다음주부터 몇몇 사건의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휴정기간에도 법원을 지키는 판사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