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유중인 조흥은행의 주식지분(80.1%)을 매각하는 것은 은행의 민영화 원칙에 부합되는 조치다. 그리고 정부의 이 같은 매각방침에 국내외의 원매자들이 앞다퉈 인수제안서를 내고 있다는 소식도 고무적이다. 그 중에는 정부 지분 전량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원매자도 있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조흥은행 주식지분의 매각은 공적자금의 회수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값만 적정하다면 되도록 빨리 매각하는 것이 공적자금 회수에도 유리하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태도를 보면 가격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시기에서 어딘가 서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내에 하나라도 더 매각해서 민영화 실적을 올리겠다는 업적과시용 매각 추진이라는 얘기가 사실처럼 들린다. 조흥은행 매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치를 올려 제값을 받는 것이다. 금융업의 전반적인 호황세를 타고 조흥은행도 수익이 크게 향상돼 올들어 주가가 8,000원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최근 주가는 4,000원대로 떨어졌지만 영업호조는 지속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내년도 경제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에서 지금이 매각의 적기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으나 주식시장이 지금보다 나았던 때도 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을 연기하다가 주가가 최고가보다 40%정도나 떨어진 시점에서 굳이 매각을 강행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의 매각 강행은 40대의 젊은 은행장을 앞세워 경영혁신을 통해 은행을 회생시킬 것처럼 하던 종전의 태도에서 돌변한 것이다. 독자생존은 아니더라도 순차매각을 기대했던 조흥은행 노사가 반발하는 것은 일면 이해가 간다. 그럴만한 상황변화가 있다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조흥은행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4개 국내외 투자자 가운데 국내의 신한금융지주 컨소시엄이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정부와 신한 및신한 컨소시엄에 참여한 외국계투자회사 간에 밀약설이 나오는 것도 석연치 않다. 임기 말의 특혜스캔들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또 하나 유의할 것은 인수대금 납입 방식이다. 현금이 아니라 주식교환 방식으로 할 경우 민영화의 취지는 물론 공적자금회수 효과도 퇴색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과정을 통해 확인됐다. 신한이 조흥은행을 인수한다면 자산규모 130조원으로 국민은행에 이어 2위 은행이 된다고 한다. 그동안 금융산업 구조조정은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을 불리기 경쟁에 치중돼 왔다. 몸집만 커진 은행들이 기업금융은 등한시한 채 소매금융 일변도인 것은 정책부재의 표본이다. 품질의 특화가 없는 외형경쟁이 부실을 초래하기는 금융산업도 절대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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