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여성기업] CEO100만…경제주역 부상

김정신 아이에스디디지털 사장은 몇 년 전만 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가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2001년. 고기를 구울 때 그릴에서 나는 심한 연기와 냄새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본인이 직접 `디지털바이오 그릴`을 개발해 사업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2001년 3억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가정용 불판 `카보나`도 개발해 8억원의 매출을 올려 당당한 중소기업 사장으로 자리잡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현재 여성이 CEO인 회사는 총 107만여 개로 전체 사업체 수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은 총 946만명으로 전체 여성의 절반에 가까운 49.7%가 경제활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는 여전히 사회적편견, 육아문제, 불합리한 접대문화 등 여성의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존재하고 있다. 또 여성기업 대부분이 도소매업, 숙박업, 서비스업 등에 편중돼 있고,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다. ◇새 정부의 여성기업 지원 정책 = 여성기업계가 `참여정부`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 유세과정에서 여성사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점을 감안해 “여성기업제품의 공공기관구매를 대폭 확대하고 200억원 규모의 여성전용펀드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청은 올해 정부 및 공공기관의 여성기업제품 구매 계획액수를 총 1조6,300억원으로 책정, 지난해 보다 1,480억원 늘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해외진출 확대를 위해 4개 해외유명패션전시회에 여성기업을 참가 시키고, 여성 창업활성화를 위해 연간 80회의 여성창업강좌를 개최하기로 했다. 특히 `참여정부`는 여성기업 중 음식업과 도소매업이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 ITㆍ제조분야에도 많이 참여할 수 있게 `여성기업활동 촉진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새 정부는 디자인ㆍ컨텐츠ㆍ바이오ㆍ정보통신ㆍe비즈 분야에 진출하는 여성에게 다양한 지원을 할 계획이다. 또한 여성창업을 적극 지원해 오는 2008년까지 여성기업의 비중을 전체의 40%선까지 끌어올리고, 올해 안에 서울과 울산에 여성창업보육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여성창업자들이 가장 힘든 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자금조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역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1만 1,944개 여성사업자에게 2,833억원의 소액신용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질적 도약이 절실 =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가 지난해 9월 코스닥등록사 78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스닥등록법인현황`에 따르면 여성임원은 분석대상 3,312명 중 82명에 불과해 2.5%에 그쳤고, 여성이 CEO인 회사는 13곳에 불과했다. 거래소시장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전체 4,864명 중 20명 중에 여성 임원은 20명에 불과해 전체의 0.5%에 그쳤다. 거래소상장이나 코스닥 등록 여부가 기업의 규모와 질을 구분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한 업체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수치는 여성기업의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한 단면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여성기업인들은 “여성 특유의 안전위주 경영은 급격한 성장은 힘들지만 부채비율, 매출채권비율을 적게 유지하는 등 안정적으로 기업을 이끌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사업적 판단을 할 때나, 공격적인 투자 혹은 전략이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장윤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팀장은 “여성기업들의 업종 자체가 도소매, 서비스업이 많다 보니 기업공개가 필요하지 않은 기업이 대부분이고, 업종 특성상 영세한 업체들이 많다”라며 “따라서 여성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IT업종 등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 2001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조사한 `여성기업 차별적 관행조사 `에 따르면 여성기업인들은 아직도 남성중심의 접대문화, 대출시 담보요구, 사회적 편견 등 예전부터 지적돼 오던 문제들 때문에 기업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여성기업 조달물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즉 여성기업이 전체 사업체의 3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데 정작 올해 여성기업에게 배정된 정부조달물량은 전체의 2% 가량에 불과한 1조 6,3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여성기업물품을 많이 사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여성기업 증가율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며 “행정일선에서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