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유입·경영권 유지 두 토끼 잡아


경영권 유지+현금유입 최선의 카드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지분 31%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자로 중국 콩카(康佳ㆍKONKA)그룹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지분 매각으로 현금 유입이 이뤄지는 동시에 그룹 내 캐시카우인 웅진코웨이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웅진그룹은 웅진홀딩스 등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31%를 매각하면서 1조5,000억~2조원의 현금 유입을 기대했다. 하지만 본입찰 결과 최고액을 제시한 인수후보는 GS리테일로 1조2,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때문에 웅진그룹은 GS리테일을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아놓고도 MBK파트너스, 교원그룹 등 다른 후보군들과 접촉하며 가격을 높일 방법을 궁리했다.

그런데 극동건설과 웅진실리콘 채권단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코너에 몰린 웅진그룹에 콩카는 조인트벤처 형식의 합작사 설립을 제시하며 현금확보와 경영권 유지 등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당근을 제시했고 웅진그룹이 이를 수용하면서 딜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태양광 사업투자와 극동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무 상환액 등을 감안하면 웅진그룹이 필요한 자금 규모는 약 1조5,000억원대에 달해 이번 매각자금이 이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그룹 내 캐시카우를 팔면 앞으로 그룹에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의 설득 작업이 딜 막판에 힘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초 윤석금 웅진 회장은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그룹의 재무 부담을 개선하고자 했지만 주식시장 침체로 주가가 크게 내린데다 인수전 마저 예상밖으로 흥행에 실패해 실망감이 컸다”며 “결국 웅진코웨이를 GS리테일에 매각할 경우 현금창출력이 사라지면서 그룹에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판로 개척에 있어서도 콩카와의 조인트벤처 형태가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점 역시 우선협상자 선정 작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콩카는 중국 4대 종합전자그룹으로 1980년대부터 TV와 휴대폰, 주방용 가전 등을 제조ㆍ판매하며 지난해 약 3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콩카의 최대주주는 중국 국영기업을 관리하는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 산하의 '화교성(OVERSEAS CHINESE TOWN)그룹'이다. 웅진코웨이가 말레이시아 이외에는 대부분의 해외법인에서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국영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국시장을 개척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 정수기 보급률은 5% 미만으로 한국(30%), 일본(70%)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콩카가 중국 시장 판로 개척을 전담하면서 손쉽게 직접 방문판매 허가권을 따내면 웅진이 방문판매ㆍ렌탈ㆍ코디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모델을 현지 법인에 이식하는 형태로 협력이 이뤄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콩카의 대주주인 화교성그룹이 중국 내에서 리조트ㆍ고급 타운하우스단지 등을 개발하는 부동산 개발업체인 만큼 극동건설이 현지 개발사업에 참여하며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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