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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미국 측 대표단을 진두지휘했던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 기혼으로 한 아이의 엄마인 커틀러는 강단 있기로 소문난 여걸이다. 그는 "쇠고기 시장 개방이 한미 FTA 비준의 첩경"이라며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했다.
'한국의 웬디 커틀러'를 꿈꾸는 여성 통상인력들이 많아졌다. 부처별로 사실상 실무를 책임지는 통상담당 여성 과장도 크게 늘었다. 여성 통상인력 시대가 꽃피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예가 진영주(행시 42회) 보건복지부 과장. 그는 이달부터 통상협력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통상업무는 처음이지만 보건의료ㆍ국민건강보험 등 건강정책 분야 전문가다. 지금은 FTA 등 통상 공부에 여념이 없다. 오는 22~24일 중국 웨이하이에서 한중 FTA 3차 협상이 열리지만 이번에는 참석하지 못한다. 진 과장은 10일 "아직 통상업무를 배우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지식경제부에서는 조정아(행시 42회) 동북아협력과장이 한중 FTA를 맡고 있다. 3차 협상 을 위해 부처 간 협조회의와 지경부의 협상대비 전략을 만들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농림수산식품부에는 농업 분야 통상 전문가인 정혜련(행시 44회) 지역무역협정과장이 있다. 줄곧 통상을 담당해왔고 다자 및 양자협상 모두에 능통하다.
통상 분야의 모체인 통상교섭본부에도 여성의 활약도는 높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통상 문제를 담당하는 북미유럽연합통상과의 김지희(외시 31회) 과장. 최근에는 밀려드는 업무에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세탁기에 최고 82%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물렸기 때문이다. 브라질ㆍ호주 등이 우리나라 철강에 반덤핑 제소를 한 것도 김 과장의 몫이다.
통상교섭본부에서는 이미연(외시 27회) 현 청와대 외신대변인을 빼놓을 수 없다. 통상에 잔뼈가 굵은 그는 지난 2004년 한국 여성 외교관으로는 처음 세계무역기구(WTO)의 공식기구 의장직(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에 뽑혔다. 통상교섭본부에서 FTA 정책기획과장, 다자통상협력과장 등을 지냈다. 2008년에는 한일 FTA 수석대표도 맡았다.
한미 FTA 협상 때 서비스분과장을 했던 당시 유명희 FTA서비스교섭과장,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나가 있는 김효은 참사관 등도 통상에 정통한 여성 인력이다.
통상은 특성상 꼼꼼하고 상대방의 전략을 꿰뚫어볼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여성이 오히려 적합하다. 우리나라 여성 통상인력은 현재 과장급 전후가 주축이기 때문에 몇 년 후면 미국처럼 고위직을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실무적으로 함께 일해보면 상대방에게 최대한 주지 않으면서 우리 몫을 챙겨야 한다는 통상 측면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