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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무시무시한 벌레가 한국 덮쳤다
[이슈 인사이드]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병 다시 활개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사진 위) 올해 4월 거제도의 한 산림지에서 입찰방제단원이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를 베어내고 있다. 산림청은 이 지역에서는 50여 그루의 나무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진제공=산림청
감염 줄었다고 예산 깎더니… 맹독약품 남발땐 2차 피해 우려
상반기 5,400그루 감염 확인 청정지역 보령서도 발견 비상
예산 5년새 절반으로 뚝 완전 방제 다짐 구멍 뚫려
방재청선 "효율적 관리 가능" 업무 소홀 지적에 적극 해명
‘소나무 에이즈’
솔수염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는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투하면서 수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 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소나무 재선충병의 별칭이다.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 잎을 갉아 먹는 틈을 타 소나무로 침투하며 일단 감염되면 100% 말라 죽을 만큼 무시무시한 병이다. 솔수염하늘소 1마리당 평균 재선충 보유 수는 1만5,000여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5년 이후 완연한 하락 추세로 접어들던 소나무 재선충병이 최근 다시 활개를 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감염 사례가 확연히 줄면서 주무부처인 산림청이 방제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감염목의 수가 줄기 시작한 최근 몇 년간 방제 예산은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으며 이에 따라 당국은 친환경 약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음에도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독성이 강한 약품을 사용하면서 주변 생태계 파괴라는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락세 보이던 감염목 다시 활개 조짐=지난 2005년 무려 56만6,200그루가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린 이후 방제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예산 확충으로 감염 사례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2006년 40만9,200그루를 기록한 감염목이 2007년에는 절반도 안 되는 18만4,700그루로 급락하더니 이후 ▦2008년 10만3,800그루 ▦2009년 4만2,500그루 ▦2010년 1만5,600그루 ▦2011년 7,800그루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소나무 재선충병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대구·울산·전남 등 그 동안 심심찮게 감염 사례가 확인되던 지역은 물론 소나무 재선충병과 관련해서는 청정 지역으로 일컬어지던 충남 보령시에서도 올해 2월말 26그루의 소나무에서 재선충 감염이 확인됐다.
앞서 2월 중순에는 경기도 용인과 포천 등 도내 5개 지역의 잣나무에서 재선충병이 발견되기도 했다. 잣나무 역시 소나무과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피해가 재개되면서 올해 6월말 기준으로 벌써 5,400그루의 감염 사례가 발견됐다.
김종국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과 교수는 “솔수염하늘소 등의 매개 곤충은 7~8월에 가장 활동이 활발하다”며 “기후온난화로 인해 매개 곤충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까지 만들어진 상황이라 올해는 작년 감염목 수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은 당초 2013년까지 철저한 방제 활동에 박차를 가한 뒤 2015년께 우리나라를‘소나무 재선충병 청정지역’으로 선포할 계획이었으나 실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1년 간 단 한 그루의 감염목이라도 발견되면 청정지역 선포는 불가능하다.
산림청 관계자는 “1998년 첫 발생 이후 71개 시·군·구로 확산됐다가 현재 47개 지역까지 축소됐다”며 “방제에 만전을 기한다면 2015년 목표 달성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주장했다.
◇방제 소홀 따른 사필귀정=현재 산림 병해충과 관련한 방제의 경우 예산 배정과 지도·감독 업무 등의 총괄은 산림청에서, 실제 활동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맡고 있다. 감소 추세를 보이던 감염목 수가 다시 늘어날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완전 방제를 실시하겠다는 당국의 다짐과 달리 실제로는 방제 소홀에 따른 사필귀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004년 53억원에 불과하던 방제 예산은 특별법 제정(2005년) 이후인 2006년에는 507억원으로 무려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2007년에도 437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으나 감염목 수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예산도 급격히 줄기 시작해 올해에는 259억원의 예산만 책정됐다.
불과 6년 만에 51% 수준으로 쪼그라든 수치이며 그나마 주사약 주입을 통한 예방 업무가 확대되면서 2010년 이후에는 예산이 소폭 상승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 정도면 효율적으로 재선충병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예산을 적게 배정하는 등의 방제 업무에 소홀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예산 부족 따라 저가 약품 남발=산림 병충해와 관련한 방제는 크게 피해목 제거, 예방 주사, 항공 방제 등으로 이뤄진다.
산림청은 현재 예방 주사에 아바멕틴이라는 약품을 사용하고 있다. 한 그루 주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7,000~8,000원 수준에 불과해 상당히 저렴한 편에 속한다. 문제는 이 약품의 독성이 강해 주변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친환경제품도 있다. 걸림돌은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이다. ‘저독성’으로 분류되는 모란델타트레이트라는 약품이 2000년대 초 일본에서 개발돼 현재 국내 시중에도 유통되고 있지만 한 그루 주사에 아바멕틴의 3배 가량인 2만원이 든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독성이 강한 아바멕틴을 사용하면 나무 주변에 서식하는 곤충은 물론 근처 강물의 물고기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해야 할 약품”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예산을 늘려 친환경 약제를 쓰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보통 독성으로 분류되는 아바멕틴의 독성이 강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수 년 간의 전문가 심의와 논의 과정을 거쳐 통과된 제품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해외 피해도 심각… 중국선 5,000만 그루 감염
나윤석기자
소나무 재선충병은 세계적으로 한국·일본·중국·대만 등 아시아 4개국과 북미와 남미, 유럽 5개국 등 총 9개국에서만 발생했다. 해외 발생국가의 피해 상황 역시 우리나라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 최초로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한 것은 1905년 일본에서였다. 안타깝게도 일본 정부가 감염목들의 피해 원인이 재선충병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는 무려 7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일본 열도의 3분의2 수준으로 이미 재선충병이 확산된 상황이었으며 이후 정부는 약제 살포, 나무 주사 등 각종 방제 대책을 시행했지만 여전히 훗카이도 전 지역의 소나무과(소나무·잣나무·해송 등)가 전멸 위기에 처해 있다.
1982년 난징에서 처음 발생했던 중국의 경우 총 피해 면적은 8만㏊, 감염목 수는 5,000만 그루에 이르는 실정이다.
안후이성 남동부에 위치한 유명 관광지인 황산에도 피해가 이어지자 중국 정부는 서둘러 황산 주변에 4km의 무송(無松)벨트를 조성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포르투갈이 소나무 재선충병의 최초 발생 국가로 기록돼 있다. 1999년 포르투갈에서 감염목이 확인되자 유럽연합(EU)은 이듬해인 2000년부터 곧바로 피해목 제거, 나무 주사 등의 방제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갔다.
잠잠하던 재선충병이 지난 2009년 인접국인 스페인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깨달은 유럽연합은 현재 새로운 방제전략을 모색 중이다.
김종국 강원대 교수는 “1988년 부산에서 첫 사례가 확인된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이 축적한 재선충병 사례 연구를 참조하고 국내 실정에 맞는 연구방법 개발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면서도 “갑작스런 해외 확산 사례에서 보듯 언제든 새로운 원인에 의해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방제 활동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